![](https://img.hankyung.com/photo/202204/AA.29528293.1.jpg)
두 말을 구별하는 핵심은 발음에 있다. ㉠[크닐]과 ㉡[큰닐]로 달라진다. 그러니 “작은 일에 꼼꼼해야 큰일[크닐]도 잘한다”고 하고, “덕분에 큰일[큰닐] 무사히 치렀습니다”라고 말한다. ‘잔손이 많이 드는 자질구레한 일’을 뜻하는 ‘잔일[잔닐]’은 ‘큰일[큰닐]’에 대응하는 말이다. 모국어 화자라면 이를 [자닐]이라고 하지 않으므로 [큰닐]-[잔닐]로 묶어 외우는 게 요령이다.
어떻게 똑같은 음운환경에서 발음이 달라졌을까? 그 차이에는 우리말 어법의 원리가 담겨 있다. 우선 우리말에서 특별한 조건이 없다면 받침이 뒤에 오는 모음으로 흘러내리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큰+일’의 결합에서 [크닐]로 발음하는 게 그것이다. ‘절약’이나 ‘석양/답안/민요’ 등 몇 개 단어만 읽어봐도 금세 드러난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연음(連音)해 발음하는 게 많다고 알아두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특별한 조건’하에서는 발음이 첨가되거나 바뀌는 등 음운변동이 일어난다. ‘큰일[큰닐]’의 경우가 그렇다. ①합성어 및 파생어에서 ②앞말에 받침이 있고 ③뒷말의 첫음절이 ‘이, 야, 여, 요, 유’로 시작하는 경우, ‘ㄴ’음을 첨가해 발음한다는 게 표준발음법 규정이다(제29항). ‘막일[망닐]’을 비롯해 ‘내복약[내봉냑], 담요[담뇨], 신여성[신녀성], 식용유[시굥뉴]’ 등을 발음해보면 알 수 있다. 이른바 ‘ㄴ’음 첨가 현상이다.
이제 우리말 발음에서 연음과 ‘ㄴ’음 첨가 현상에 관해 대략적인 개념이 섰다면, 이를 응용해보자. 20대 대선에서 새 대통령으로 뽑힌 윤석열 당선인 이름을 어떻게 발음할지에 관한 논란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시중에서는 여전히 [성녈]과 [서결]이 뒤섞여 발음된다. 결론은 이미 나와 있지만 표준발음법을 살펴볼 겸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 그 안에 담긴 우리말 어법이 여러 가지다.
실마리를 풀기 위해 우선 이름의 표기에서 시작하는 게 좋을 듯하다. 그의 이름은 ‘주석 석(錫), 기쁠 열(悅)’이란 점을 염두에 두자. 이를 ‘윤석렬’로 잘못 적는 이들도 있다. 표기는 발음을 따라가기 때문에 일어나는 오류일 것이다. 많은 이가 [윤성녈] 발음에 이끌려 두음법칙을 생각해 ‘윤석렬’로 적는 함정에 빠지기도 하니 조심해야 한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204/AA.27975217.1.jpg)
고유명사는 정확히 적어주는 게 생명이다. 가령 우리 정부 부처 가운데 산업 발전과 무역 증대 등 실물경제를 담당하는 주무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다. 이를 무심코 산업자원부라고 해선 곤란하다. 심지어 지식경제부니 상공부니 하는 경우도 있다. 예전에 그리 부르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수라고 하기엔 너무 성의 없는 일이다. 다음 호에서 발음에 담긴 표준발음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