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가 보장성 보험 상품에 대한 예정이율을 올리며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보험료를 낮추고 있다. 최근 시장 금리 상승으로 운용 수익률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보험료 가격 경쟁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 삼성화재,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등 대형 손보사들은 어린이보험, 치아보험, 간병보험, 암보험 등 주요 보험의 예정이율을 기존보다 2.25%에서 0.25%포인트 높인 2.5%로 조정했다. 손해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화재보험, 종합보험, 운전자보험 등 장기보장성 보험과 실손보험, 연금저축 등 대부분의 보험의 예정이율을 2.5%로 공시하고 있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최근 상품 약관엔 2.5%로 예정이율을 올린 보험사가 적지 않다"며 "이달 중순이면 공시에도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가입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운용해 보험금 지급 때까지 거둘 수 있는 예상 수익률을 뜻한다.
손해보험사가 예정이율을 높인 건 최근 국공채 이자율이 올라가면서 자산 운용 여건이 나아졌기 때문이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기준 연 3.164%로 한 달 전 연 2.722%에 비해 0.442%포인트 올랐다. 향후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되면서 자산의 70%가량을 채권에 투자하는 보험사의 자산 운용수익률은 더욱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몇몇 보험사가 예정이율 인상에 나섰고, 대형사 위주로 마케팅 경쟁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보험료는 예정이율 말고도 손해율 등을 따져 책정되는데, 통상 예정이율이 0.25% 오르면 같은 보장을 해주는 보험에 가입할 때 보험료가 5~10% 내려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정이율은 보험 가입 기간 중 가입 시점의 이율로 고정되는 특징이 있다. 즉 예정이율이 올라간 뒤 가입자는 이전 시점 가입자보다 가입 기간 동안 저렴한 보험료를 내고 같은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예정이율이 높아지더라도 부가적으로 손해사정사 비용 등을 조정해 보험료를 책정하기 때문에 인하 폭이 작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예정이율 인상에 따른 보험료 인하 효과는 납입 기간에 비해 보장 기간이 긴 어린이보험이 가장 크고 치아보험, 암보험 등 갱신형 보험은 상대적으로 작다. 이 때문에 손해보험사와 반대로 종신보험 위주인 생명보험사는 금리 상승에도 예정이율을 높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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