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연례행사 된 기업비전 발표, 당장 멈춰야

입력 2022-04-08 17:10   수정 2022-04-09 00:20

기업의 중장기 목표는 5년, 10년마다 발표된다. ‘월드 베스트 2030’ 같은 비전과 함께 각종 미래 유망 산업에서 글로벌 선도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이병남 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서울사무소 대표가 공저한 《상식, 불변의 법칙》은 이런 식의 비전 발표를 ‘기업이 하지 말아야 할 6가지’ 가운데 첫 번째로 꼽는다. 비현실적인 목표는 내부 구성원의 무력감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전사적인 자원배분의 왜곡을 불러와 결과적으로 실적 악화로 이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국내 대기업들이 비슷한 비전 선포식을 수차례 열었지만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진 경우는 거의 없다고 저자들은 냉정히 말한다.

대안도 제시한다. 기업은 현실적인 목표를 잡고 빠르게, 그리고 계속해서 변화해야 한다. 책은 ‘초일류 기업이 되기 위해 해야 할 일 6가지’도 제시하는데, 그 핵심은 변화다. 어떤 기업이든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에 안주하게 되고, 주변 환경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게 된다. 이때 변하지 못한 기업은 성장 사이클이 땅바닥에 고꾸라지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 있다.

기업은 스스로 변화를 추구하되, 혁신을 위해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한국반도체 인수에서 시작됐다. LG생활건강은 2007년 코카콜라 국내 사업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24건의 크고 작은 M&A로 기업 가치를 높였다. SK그룹도 1980년대 대한석유공사, 1990년대 한국이동통신, 2012년 하이닉스반도체 등을 인수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시스템과 관행을 3년 주기로 갈아엎으라는 조언도 건넨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내부 구성원도 더 늦어지면 변화에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대한민국 대표 기업은 충분히 가슴 뛸 만큼 혁신적이고 열정적인가’라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 책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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