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대에 따르면 경제학부는 2023년 1학기 복수전공 선발부터 자연대·공대 학생에게 정원의 30%를 의무 배정한다. 경제학부 관계자는 “전공 적합성이 높고, 출신 전공이 다양한 학생을 복수전공생으로 받아들이는 게 주요 목적”이라며 “현재는 대부분의 복수전공생이 사범대, 인문대, 사회과학대에서 오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대 경영학과에서도 같은 이유로 2018년부터 복수전공 인원의 40%는 이공계 학생을 뽑는 할당제를 운용해왔다.
현재는 학점 평균으로만 복수전공생을 뽑기 때문에 경제학부 복수전공에 합격한 자연대와 공대 학생 비율은 5% 미만이다. 전체 서울대 정원 중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30% 이상이란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적은 수치다.
자연대와 공대는 사회대·인문대·사범대보다 학점을 낮게 부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학점순으로 선발하면 이공계 학생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운영하는 대학 정보 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2021학년도 서울대 졸업성적 분포에 따르면 자연대와 공대 졸업생의 학점 평균은 4.3점 만점에 3.4점대다. 이에 반해 인문대와 사회대 평균은 3.7점대로 높다.
서울대 경제학부 관계자는 “복수전공으로 인기가 높은 경제학부에 진입하려면 지금까지는 최소한 학점 평균 4.1점은 넘어야 했다”며 “이공계 학생들은 이런 커트라인을 애초에 충족시킬 수 없어 경제학부에 거의 지원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연대와 공대생도 수학, 통계학 등 경제학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학문을 배워 전공적합성이 높은 학생이 많은데 지금까진 경제학부 복수전공에 진입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사회대·인문대 등 문과 계열 학생들은 반발하고 있다. 경제학부 복수전공을 계획하고 있는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이모씨(22)는 “자연대와 공대에 30% 인원이 할당되면 나머지 문과계열 학생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안 그래도 만점에 가까운 학점을 받아야 복수전공에 합격할 수 있는데, 이제는 학점 커트라인이 더 높아지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도 “이공계 학생들이 경제학부에 많이 진입하면 전공수업인 경제수학 등에서 학점 받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