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관련 논쟁에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과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의 의견이 대척하고 있다. 크루그먼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기존 의견을 폐기하고 악화할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크루그먼은 중요한 부분에서 여전히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다. 크루그먼은 Fed가 경제에 충격을 덜 주면서도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폴 볼커가 Fed 의장으로 재임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정책을 실행하던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까지의 시절만큼 미국 경제가 냉각될 가능성을 낮게 본다는 뜻이다. 현재 인플레이션 수준이 폴커 시대보다는 낮기 때문이다. 크루그먼은 Fed가 물가와 고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것으로 낙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완만한 인플레이션을 기대하고 있고 미국 경제가 극심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반면 서머스는 비관론의 대표주자다. 서머스는 Fed의 정책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앞으로 수년 동안 미국의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모두 5%를 넘어서고 결국 극심한 불황이 도래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서머스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Fed는 3%대 실업률과 2%대 인플레이션을 예상하지만 최근 60년 동안 그런 좋은 시절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Fed의 생각은 장밋빛 시나리오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영국 중앙은행(BOE) 수석 고문 및 BOE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지낸 베테랑인 찰스 굿하트는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인 2020년 그는 이듬해(2021년) 인플레이션이 5~10%로 상승한다고 전망한 인물이다. 그는 코로나19를 지난 30~40년간 이어진 디플레이션과 앞으로 20년간 부상할 인플레이션의 분수령으로 봤다. 굿하트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동 가능 인구가 급감하고 있다는 인구통계학 수치를 들며 근로자 부족이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동력이 부족해지면 근로자를 확보하기 위해 기업이 임금을 올려줘야 하고 그 결과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는 이론이다.
세계 곳곳에서 정치적 위험이 불거지면서 세계화가 위기를 맞은 점도 변수다. 세계 공급망 충격을 겪은 기업들은 효율성보다는 안정성을 중요시하게 됐다. 위험과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는 의사결정은 결국 생산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굿하트의 통찰이 대체로 옳다면 기존의 재정·통화정책은 새로운 도전과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고성장과 낮은 실업률을 목표로 하면 상당한 인플레이션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최근 수십 년 동안 수준을 훌쩍 넘어서는 높은 금리가 필요하다. 고금리는 민간 투자를 위축시키고 국가 채무 부담을 증대시키는 한편 실업률까지 끌어올릴 변수가 된다. 생산성이 향상되지 못한다면 경제성장과 임금은 정체 상태에 빠지게 된다.
굿하트가 예견하는 시대가 우리에게 도래했는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재정·통화 전문가들이 경청해야 할 가치가 충분해 보인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How Will Inflation End?’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