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을 파는 곳, 마스터스

입력 2022-04-10 06:43   수정 2022-04-10 09:50

9일(현지시간) 열린 제86회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찾은 관중들 사이에서 샌드위치 가격이 뉴스였다. 좀처럼 가격을 올리지 않는 주최 측 오거스타내셔널GC가 햄치즈 샌드위치를 지난해 2.5달러에서 올해 3달러로 올렸다. 치킨 비스킷 가격은 50센트가 올라 2달러다. 인기 메뉴인 피멘토 치즈 샌드위치는 20년째 1.5달러를 유지했다.

싼 음식을 먹기 위해 마스터스를 찾는 사람들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패트론'으로 불리는 갤러리들은 대부분 평생 출입권리를 갖고 있거나, 패트론으로부터 표를 사 들어오는 사람들이다. 후자가 대부분이다. 올해 타이거 우즈(47·미국) 출전이 확정되자 암표 값이 1만달러를 넘어섰다. 이들은 대회장에 와서 기념품 쇼핑으로 수백만원을 쓴다. 뉴욕타임스는 "마스터스는 세상 물정에 가장 둔감한 스포츠 대회"라고 적었다.

오거스타내셔널 회장을 지냈던 빌리 페인은 "최고의 경험을 적당한 가격에 제공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다르게 해석한다. 존 리스트 시카고 대학 경제학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기대치 않은 곳에서 놀라움과 경외심을 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요소들이 가장 상업적인 대회가 가장 덜 자본주의적이며 전통을 중시하는 대회로 여겨지게 만든다는 얘기다.



오거스타내셔널 라운드 경험이 여러 번 있을 정도로 마스터스를 오래 취재했다는 한 외신 기자는 "마스터스는 오거스타내셔널이라는 '세계 최고 골프산업 권력 단체'가 '세계 최고의 마케팅' 실력으로 만들어낸 대회"라고 말했다. "오거스타내셔널보다 훌륭한 코스는 많다"며 "그러나 오거스타내셔널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평생 이곳을 동경하다 죽는다"고도 했다.

일각에선 대회 기간 핸드폰 반입을 철저히 금지하는 것 역시 오거스타내셔널이 골프장의 민낯을 드러내기 싫어서라고 한다. 중계방송 화면 안에서의 마스터스는 새가 지저귈 정도로 고요하고 차분하며, 양탄자 같은 푸른 잔디 위에서 샷을 하는 선수들만 담는다.

관리하기 힘든 홀과 홀 사이 땅 잔디가 진흙으로 질척이며, 1번홀과 10번홀 사이 공간처럼 비료 냄새가 진동하는 곳도 있지만 화면 밖 시청자들은 이를 절대 알지 못한다. 방송에서 따로 녹음해 트는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푸른 페어웨이를 연출하려 잔디 사이에 뿌려진 염색된 자갈 등도 마찬가지다. 오거스타내셔널에게 질문하면 돌아오는 대부분의 대답은 “할 수 있는 대답은 '아무것도 답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신비의 세계' 마스터스는 앞으로도 동경의 대상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입장권과 기념품, 식음료, 중계권 판매 수익금 등을 집계해 총상금 규모를 결정하는 오거스타내셔널은 이날 올해 총상금이 1500만달러라고 발표했다. 작년(1150만달러)보다 350만달러 늘어난 규모다. 인상율은 30.43%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앞서 2라운드 컷 탈락을 당한 뒤 고개를 숙였던 이경훈(31)은 "컷 탈락을 하고 이렇게 아쉬운 대회는 처음인 것 같다"며 "(왠지 모르겠지만) 이곳은 꼭 다시 오고 싶은 코스다"라고 말했다.

오거스타(미국 조지아주)=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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