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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가 국제 원자재값 급등과 엔화 약세에 예상보다 심하게 휘청이면서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일본의 경상수지가 42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면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대로 떨어지고, 닛케이225지수는 20,000 초반대까지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0일 자체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일본의 경상수지가 원유 가격 급등의 여파로 1980년 이후 42년 만에 적자로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상 유가와 엔화 환율에 따른 20개 시나리오 가운데 18개 경우의 수에서 경상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달러당 엔화 환율을 116엔,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5달러로 가정한 표준 시나리오에서 일본의 경상수지는 8조6000억엔(약 85조원)의 적자를 내는 것으로 전망됐다. 상당수 시장 전문가가 예상하는 ‘엔화 120엔, 유가 130달러’의 시나리오에서는 적자가 16조엔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 GDP의 3%에 해당하는 손실이다.
경상수지가 흑자를 나타내는 시나리오는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유지하면서 엔화 가치는 140~150엔까지 떨어지는 두 가지 경우뿐이었다.
엔화 약세가 무역수지에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유가 105달러, 엔화 가치 110엔일 경우 올해 일본의 무역적자는 22조7000억엔으로 예상됐다. 엔화 가치가 130엔으로 떨어지면 무역적자가 25조4000억엔까지 불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기업의 이익이 늘어나는 규모보다 원자재를 수입할 때 드는 비용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유가 상승은 일본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뿐 아니라 기업의 설비투자도 얼어붙게 만들 것이란 분석이다. 유가가 130달러 선에서 움직이면 올해 일본 경제성장률은 1.8%로 기존 예상치보다 0.3%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 경제의 경보음이 커지면서 주식시장에서도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힘을 얻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올해 국제 유가의 움직임에 따른 닛케이225지수를 시나리오별로 전망했다.
노무라증권은 서방 국가들의 경제제재로 러시아산 원유 공급이 중단되면 국제 유가가 16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일본 상장기업의 실적이 지난해보다 감소하면서 닛케이225지수가 올 연말 22,000까지 밀릴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8일 닛케이225지수는 26,985.80으로 마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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