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이렇게 되자 민주당은 거친 언설로 검수완박 반대론자들을 몰아붙이고 있다. 홍서윤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9일 서면 브리핑에서 “검찰총장 대통령 시대가 왔다고 국민의 대의기관인 입법부가 우습게 보이느냐”며 “1차 검찰개혁을 수용했던 과거 태도와 판이하게 돌변한 이유는 정권이 교체된다는 것 말고는 없다”고 주장했다.
‘조국 사태’ 이후 입지를 다진 친문 강성 의원들도 SNS 등을 통해 목소리를 내 강성 지지층을 부추기고 있다. “검찰은 자신들이 입법·사법·행정부와 동급 또는 이를 능가하는 권력기관이라는 오만에 빠져 있다”(황운하) “검찰본색, 드디어 이빨을 드러냈다”(조정식) “신중론, 속도조절론, 역풍론은 개혁을 반대하거나 소극적인 사람들의 미사여구”(안민석)라고 주장했다. 강성 지지자들이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것 아니냐”며 문자 폭탄 등으로 압박하자 상당수 의원이 “나는 검찰개혁론자”라고 공표하는 해프닝도 벌였다.
민주당 출신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옮긴 것도 여야 간의 첨예한 갈등을 예고한다. 여야 동수로 구성되는 안건조정위원회가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바뀌면서 사실상 민주당 뜻대로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권 말기에 굳이 이렇게까지 갈등을 유발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6대 중대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로 제한돼 있다. 검찰의 부정과 비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수사하면 된다. 정권 교체를 앞두고 검찰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여당의 비판은 역설적으로 1차 검찰개혁을 검사들이 수용한 것이 정권의 압력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검찰총장이 말을 안 듣는다고 갖은 핍박을 가하다 차기 대통령으로까지 만든 현재의 여권이 이렇게 주장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비검찰 출신 법조인들도 검수완박에 대해 부정적 평가가 다수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경 수사권을 조정한 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데다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찮다는 게 이유다. “수사권 조정 이후 가뜩이나 부작용이 많은데, 갑자기 모든 검찰 수사권을 빼앗는다니, 명분과 근거가 부족하다” “경찰이 대충 수사해서 넘기고 검찰은 재수사, 보완수사를 요청하면서 수사 적체가 심각하다” “검수완박은 권력형 범죄 또는 권력을 비호하는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안 받겠다는 것” 등의 비판이 잇따른다.
검수완박을 위한 민주당의 입법 폭주가 재연된다면 대한민국은 또다시 극단적 국론 분열 사태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야당의 주장대로 검수완박의 속내가 ‘문재인 정부의 실력자들과 각종 비리 의혹을 받는 이재명 전 대선 후보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여기서 멈추는 것이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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