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택시, '감차 vs 증차' 시민은 지쳐간다

입력 2022-04-12 07:40   수정 2022-04-12 08:17


 -택시 개혁, 늦을수록 모빌리티 혁신도 뒤처져

 '낮에는 감차, 밤에는 증차'. 오랜 시간 끝없이 충돌하는 택시 사업의 갈등이다. 낮에는 빈 차가 남아 돌고 밤에는 이용자 대비 택시가 부족하다. 제아무리 플랫폼이라도 기본적인 수요와 공급 곡선의 불일치는 해결 방법이 없다. 

 낮에는 빈 택시가 넘친다. 공급은 늘어난 반면 수요가 적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동보다 사무실 등에 머무는 시간이니 당연히 그렇다. 그런데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출퇴근, 그리고 회식 등이 끝나는 야간에는 택시가 부족하다. 그 많던 택시 가운데 일부가 운행을 접은 탓이다. 

 자, 그럼 여기서 질문이 들어간다. 택시는 증차해야 하는가? 아니면 감차해야 하는가? 대답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수요 변동성에 따라 증차와 감차를 탄력적으로 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이용자가 많으면 증차하고 줄어들면 감차해서 택시 운전직의 생계가 이어질 수 있도록 말이다. 모두가 공감하는 상당한 묘수다. 낮에는 감차, 밤에는 증차 효과와 연결될 수 있어서다. 

 그래서 일부 자치단체는 개인택시 부제를 활용한다. 개인택시에게 이틀 일하고 하루는 강제 휴무를 명령하되 밤에 일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강제 휴무를 시행하니 낮과 밤 모두 감차에 해당되지만 밤에는 운행을 허용해 증차 효과를 낸다. 하지만 아뿔싸, 모두가 간과한 점이 하나 있다. 운행을 허용해도 개인택시는 자율 의지에 따라 영업하는 방식이어서 저녁이나 밤에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 이유를 살펴보니 나이가 들어 야간 운전이 힘들기도 하고 간혹 취객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2~3시간 동안 유상운송을 해봐야 얼마나 번다고 취객까지 상대하느냐는 자괴감(?)이 들어 차라리 운행 대신 운동이나 하며 건강을 챙기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결국 낮에 감차 효과는 생겼는데 야간에 증차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문제다. 결국 자치단체들이 사용 가능한 택시 수요와 공급 부족의 불일치 해결 방안으로 만지작대는 최후의 히든 카드가 바로 개인택시 강제 휴무를 아예 없애는 것이다. 

 하지만 이걸 막는 곳은 법인택시다. 부제를 없애면 취객을 상대하며 한 푼이라도 벌기 위해 야간 운행에 뛰어드는 개인택시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는 증차와 마찬가지여서 야간에 집중적으로 돈을 버는 법인택시 이익 감소와 직결되는 탓이다. 법인택시 사업자와 노조가 갈등을 겪지만 때로는 한목소리를 내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자치단체는 이해 관계자 사이에 끼어들기를 극도로 꺼려한다. 시민들이 제아무리 택시 이용의 민원을 제기해도 움직이지 않는다. 섣불리 그들 사이에 개입했다가 일부 택시단체의 강경파에게 홍역을 치루기 일쑤다. 그래서 24시간 365일 운행하는 법인택시의 야간 증차 효과 가능성을 살펴봤다. 하지만 여기도 심각하다. 아예 운전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차가 서 있다. 치킨배달보다 못한 택시 요금을 받아 운전자와 회사가 나누려니 손에 쥐는 돈이 쥐꼬리다. 개인택시는 전액 개인 수입인 반면 법인은 운전자가 벌어온 돈을 회사와 운전자가 나누는 방식이니 어쩔 수 없다. 차라리 맥주와 치킨, 음식 배달이 더 많은 수입을 안겨준다는 얘기에 택시 핸들에서 손을 뗀다. 차고지에 서 있는 법인택시 비중이 많게는 40%에 달하는 배경이다(서울시 기준). 

 이런 상황에선 솔로몬의 지혜로도 시민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없다. 그저 있다면 택시 대신 버스 운행 시간을 늘리거나 시민들의 동선을 데이터로 파악해 해당 노선만 야간에 연장 운행하는 이른바 '올빼미 버스'를 투입하는 게 최선이다. 이용자는 요금 부담이 없는 데다 늦은 시간까지 운행되니 좋다. 하지만 올빼미 버스가 가지 않는 곳의 거주자는 이동 방법이 전혀 없다. 웃돈을 주고 택시를 타거나 요금이 비싼 모범 또는 고급택시를 이용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런 프리미엄 택시도 야간에는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택시 자체가 근본적으로 부족하니 말이다. 

 결국 방안은 두 가지로 모아진다. 택시 요금을 높여 음식 배달로 돌아선 운전직을 다시 돌아오도록 만들 것이냐? 아니면 강제 휴무에 묶인 개인택시 부제를 없앨 것이냐다. 전자는 물가 인상 및 시민들의 요금 부담과 직결되고 후자는 가뜩이나 어려운 법인택시를 더욱 힘들게 만드는 일이다. 다시 말해 문제 해결에는 어느 한쪽의 희생이 반드시 뒤따른다는 뜻이다. 개개인이 자치단체장이라면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현재 국내 택시 제도상 결정권은 자치단체장에게 있다. 시민 불편을 외면한 것인가? 아니면 어느 한쪽을 선택했을 때 반대편의 극심한 반발을 우려해 시민 불편을 놔둘 것인가? 아니면 시민들의 요금 부담을 높여 야간의 택시 부족을 조금이라도 완화할 것인가? 여전히 시민들은 요구한다. 자치단체장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지만 머뭇거릴 뿐 행동은 취하지 않는다. 선거 전에는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어떤 누구도 선거 이후에 문제 해결에 뛰어드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집단의 이해 충돌이 워낙 심각한 탓이다. 그리고 문제를 외면할수록 고름의 깊이는 점점 깊어갈 뿐이다. 

 권용주(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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