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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 인플레이션' 시대에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푸틴발 인플레이션'에 '시진핑발 인플레이션'까지 겹쳤습니다. 우크라이나발 위기에 중국 봉쇄정책이 더해져 공급난이 더 가중되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런 가운데 짧은 이번 주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인플레 위크'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주 초반엔 중국(10일)과 미국(12일) 영국(13일) 등이 인플레이션 지표를 내놓습니다.
주 중반 이후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주요국들의 긴축정책이 속속 발표됩니다. 뉴질랜드(12일)와 캐나다(13일), 유럽중앙은행(ECB,14일), 한국 등이 통화정책 회의를 엽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40년만에 8%를 돌파할 가능성이 큽니다. 다음달 미국의 기준금리 50bp(1bp=0.01%포인트) 인상은 기정사실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주엔 캐나다 중앙은행이 '빅 스텝'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다들 "현재가 가장 어렵고 앞으로는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CPI는 3월에 정점을 찍은 뒤 점차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기준금리 1회 인상폭도 50bp는 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의 양적긴축(대차대조표 축소) 속도도 초반보다 중후반으로 갈수록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평화롭게 해결되고 중국의 봉쇄정책이 곧 끝날 것이란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전제할 때 얘기입니다.
이번 주는 인플레이션과 긴축정책의 정점을 확인하는 시기입니다. 그런 전망이 확인되면 증시의 불확실성이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주요 미국 은행들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 그런 전망이 더욱 힘을 얻을 것입니다. 실적도 좋지 않고 인플레이션도 정점이 아니라는 우려가 확산하면 유가와 금리, 주가 모두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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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인플레이션 정점 찍고 떨어진다"
미국 3월 CPI가 이번 주 분위기를 결정지을 핵심 변수입니다. 4월 29일에 미 중앙은행(Fed)의 핵심 참고 지표인 3월 개인소비지출(PCE)이 나오지만, 더 빨리 나오는 CPI가 시장 분위기를 압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2일에 발표되는 3월 CPI는 작년 동월 대비 8.3~8.5% 가량 올랐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컨센서스는 8.4%이지만 UBS와 바클레이스 등은 8.5% 상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전달인 2월 상승률(7.9%)을 크게 상회합니다. 동시에 1980년대 초반 이후 40년만에 8% 인플레 시대에 접어들게 됩니다. 변동폭이 큰 에너지와 음식료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도 전달 기록한 6.4% 상승을 웃돈 6.6% 상승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살인적 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지만 물가상승률은 3월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는 곳들이 많습니다. 기저효과가 사라져 인플레이션이 잦아들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UBS는 3월 상승률이 8.5%를 찍은 뒤 4월에 8.0%로 떨어지고 5월 이후엔 7%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에 나오는 3월 CPI에서 연간 상승률 못지 않게 월간 상승률을 유심히 살펴봐야 합니다. 지난달 대비 3월 CPI 상승폭은 1.2% 정도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2월의 전월 대비 상승폭(0.8%)보다 높기는 하지만 시장 예상대로 나온다면 4월 이후엔 상승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품목별 물가 상승률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물가상승은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원자재 외에 CPI 반영비율이 높은 월세와 중고차 가격 월별 상승률 추이가 둔화되고 있다면 '3월 피크론'은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미국 외에 중국(10일)과 영국(13일)도 3월 인플레이션 지표를 발표합니다.
75bp 인상론 힘 받나
인플레이션 심화는 당연히 빅스텝 금리 인상으로 귀결됩니다. CPI를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인되면 5월 3~4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공격적 긴축에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5월 FOMC에서 50bp를 올리는 것은 기정사실이 됐습니다. 금리 선물시장에서 그 확률은 이미 80%에 육박했습니다.
만약 CPI가 시장 컨센서스인 8.5%를 상회하거나 3월 이후에도 계속해 인플레이션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하면 긴축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습니다.
가령 5월 이후 FOMC에서도 추가로 50bp 인상을 하고 급기야 75bp 인상 주장도 힘을 얻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3%포인트 추가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가 대표적입니다. 불러드 총재 주장대로라면 연말까지 예정된 총 6회의 FOMC 정례회의에서 매번 50bp씩 인상을 해야 합니다.
캐나다 유럽, 미국의 '빅스텝 인상'에 힘 실어줄 수도
이번 주엔 미국의 빅스텝 인상 전망에 힘을 실어줄 이벤트가 많습니다. 대표주자는 캐나다 중앙은행입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영국중앙은행(BOE)과 함께 Fed보다 항상 먼저 움직였습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지난달 2일 3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주요 7개국(G7) 가운데 영국에 이어 2번째로 기준금리를 올렸습니다. 결과적으로 캐나다 기준금리가 미국 기준금리의 선행지표 역할을 해온 것입니다.
이런 캐나다가 오는 13일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합니다. 시장에선 50bp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0.5%인 캐나다 기준금리가 1.0%가 됩니다.
앞서 전날인 12일에 뉴질랜드중앙은행도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1%인 기준금리를 1.25%로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유럽중앙은행인 ECB의 움직임도 주목됩니다. ECB는 오는 14일 통화정책회의를 엽니다. ECB는 지난달 10일 채권 매입을 3분기에 종료한다고 밝혔습니다. 동시에 대다수의 위원들이 즉각적인 통화정책 정상화에 동의했습니다. 10여년 만에 금리를 올리기 위한 발판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ECB는 이번 통화정책회의에서도 향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거나 긴축 속도를 빠르게 하는 발언을 할 수 있습니다.
같은 날 한국은행도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합니다. 한은은 1.25%인 기준금리를 25bp 올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어닝 서프라이즈 이어질 지 관심
각국이 잇따라 금리를 올리거나 긴축정책을 발표하면 미국 국채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뜩이나 미 국채금리는 최근 급등하고 있습니다.
10년물 국채금리가 지난주 2.7%를 돌파했습니다. 2019년 3월 이후 최고치였습다. 한 주 동안 10년물 금리는 30bp 이상 올랐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나 성장주 주가가 요동칠 수 있습니다.
믿을 수 있는 건 역시 실적입니다. 늘 그랬든 포문은 미국 금융회사들이 엽니다. 13일 JP모간과 블랙록이 1분기 실적을 먼저 발표합니다. 14일엔 씨티그룹,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도 실적을 내놓습니다.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S&P500지수에 상장된 기업들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다만 금융 부문 순익은 22.9% 줄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은행(IB) 사업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코로나19 이후 예치한 대손충당금 환입도 끝났습니다.
이번주에도 지정학적 리스크는 증시에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입니다. 돈바스 지역으로 범위를 좁힌 우크라이나 전쟁은 인플레이션을 계속 자극하고 있습니다. 막판 기싸움을 하고 있는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이 타결되거나 그런 기미를 보인다면 인플레이션 우려를 일부 불식시킬 수 있습니다.
결국 이번주 주가 흐름은 CPI와 후반전으로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 따라 결정될 전망입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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