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해운업계는 진짜 '상생'을 이룰 수 있을까 [남정민의 생산현장 줌 인]

입력 2022-04-12 10:10   수정 2022-04-12 10:15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오면서 들어보니까 몇몇 분들이 "아따 이렇게 (선사들이) 많이 모인 걸 보니까 포스코가 무섭긴 엄청 무서운가보다"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저희도 무섭습니다 포스코. (일동 웃음)

-4월 8일 포스코플로우-한국해운협회 상생협력 MOU 체결식에서 엄기두 해양수산부 차관의 발언


지난 8일 포스코그룹의 물류 전문회사 포스코플로우와 한국해운협회가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상생협력 및 지속가능한 동반성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 말 그대로 화물을 실어나르는 데 있어 합리적인 입찰 계약을 체결하고, 서로 상생·협력하자는 약속을 맺는 자리였습니다.

현장에는 중소선사 최고경영자(CEO)들이 10여명 참여했고, 엄기두 해수부 차관과 김광수 포스코플로우 사장, 정태순 한국해운협회장 등이 자리했습니다.

한쪽에선 ‘물류 자회사를 세우겠다’(포스코)며, 다른 한쪽에선 ‘안 된다’(해운업계)며 지난 2년간 갈등을 이어 온 양측이 일단은 맞손을 잡은건데, 말 뿐인 상생이 아닌 ‘진짜’ 상생이 이뤄지려면 어떤 추가 조치가 필요할까요.
포스코의 오랜 숙원 '물류'


물류 자회사를 출범시키는 것은 포스코그룹의 오랜 숙원이었습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강판, SNNC 등 계열사 곳곳에 분산돼있는 물류를 한 곳으로 통합시키면 그만큼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이 물류 자회사를 별도로 두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몸집이 큰 기업일수록 계열사가 많기 마련인데 계열사별로, 제품별로, 원료별로 물류계약을 따로 체결하면 비효율이 발생합니다. 물류 자회사가 있다면 이 물량을 모아서 한번에 처리하는 ‘시너지’가 생기겠죠. 그래서 삼성그룹(삼성SDS 물류부문, 삼성전자로지텍), 현대자동차그룹(현대글로비스) 등 대기업은 별도 자회사를 두고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곤 합니다.

포스코도 이렇게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해운업계와 마찰이 심했습니다. 포스코 화물운송을 맡고 있는 선사들의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포스코는 국내 해운업 운반물량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 고객입니다.

결국 포스코가 2020년 5월 물류 자회사 설립 의지를 밝힌 지 6개월만에 계획은 철회됩니다. 대신 지난해 말 그룹에 흩어져 있는 물류 인력과 조직을 대량화물유통기지(CTS) 자회사인 포스코터미날로 통합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그 포스코터미날은 지난 1일부터 포스코플로우로 사명을 변경하고 물류 전문회사로서 새출발에 나섰습니다. [단독] 포스코터미날, '포스코플로우'로 사명 변경하고 새 출발
별도의 법인을 출범시키는 대신 기존에 있던 자회사로 물류 기능을 통합시킨건데, 사실상 물류 자회사 출범과 동일한 효과를 낼 걸로 보인다는 게 업계 중론입니다.
"협약식 하루로 끝나선 안 돼"
해운업계가 한발 물러서게 된 데에는 김광수 사장의 ‘발품’(걸어 다니는 수고)이 있었다는 전언입니다. 김 사장은 국내 해운사들 대표를 일일이 만나 △포스코는 해운업에 진출할 계획이 없고 △달라지는 것은 기존 계열사가 해운사와 맺어왔던 계약을 이제 포스코터미날이 맺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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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A사나 B사 (타 물류회사 이름)와는 전혀 다른, 뭔가 다른 물류회사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각 대표님들 다 찾아뵙고 설명드렸습니다.

-4월 8일 MOU 체결식 현장에서 김광수 포스코플로우 사장 발언
당장 고객들부터 배송 추적에 익숙해진 시대가 왔고 아마존, 알리바바 등이 유통업계를 흔들고 있는 만큼 포스코터미날도 이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해운업계 생각은 어떨까요. 그간 업계는 “포스코가 해운사로부터 통행세를 걷어가고 운임 인하 등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인수·합병(M&A)으로 결국 해운업에 진출할 것”이라고 반발해 온 만큼 지난 8일 현장에서도 이를 염두에 둔 발언도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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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선사 A사 대표

포스코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포스코플로우라는 물류 전문 조직이 탄생했으니 '상생'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사들이 든든하게 발전할 수 있는 것이 포스코플로우뿐만 아니라 주변 산업, 각종 연관된 것을 기반으로 확산된다면 기간산업에 미치는 효과가 대단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소선사 B사 대표
선사들이 원한 것은 정기적인 피드백이었습니다. 양측의 상생이 지난 8일 하루의 협약식만으로 끝날 것을 우려한 겁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피드백 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보고대회를 함께 나눌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습니다.

포스코는 연간 철광석을 비롯한 제철원료 8000만t을 수입하고 철강제품 1500만t을 수출하는 초대형 화주입니다. 상생은 둘 이상이 서로 북돋우며 다 같이 잘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지난 2년간 이어져 온 갈등을 일단락하고, 양측이 맞손을 잡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소모적인 여론전과 다툼이 지속된다면 겨우 살아난 해운업의 경쟁력이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다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 8일 현장에서 나온 의견처럼 정기적인 피드백이나 보고대회 등을 통해 양측이 물류산업 파이를 키우고 궁극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해답을 찾길 바랍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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