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4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물가 상승세가 가파르지만, 5월 초 미국 중앙은행(Fed)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린다는 점에서 이를 지켜본 후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3일 증권가는 한국은행이 오는 14일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초 FOMC가 예정돼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고, 총재 공백기 및 정부 인수 중이라는 시점 특성상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4월엔 금리를 동결하고, 5월에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도 "지난해부터 한국은행이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한 만큼, 높은 물가 흐름이 나타남에도 5월 수정경제전망 발표와 함께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대외 금리 변동성 확대에 따라 2조원 규모 단순매입을 진행한 점도 5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지지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4월 금통위는 총재 없이 기준금리를 결정하게 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19일로 잡힌터라 이달 금통위에 참석할 수 없게 됐다. 이번 금통위는 주상영 의장 직무대행이 주재한다.
금리가 동결되더라도 소수의견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통위에선 1~2명이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외 여건을 확인한 뒤 기준금리를 올려도 늦지 않다는 판단으로, 이번 동결 결정이 정책 실기론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통위 내부적으로도 인상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돼있다. 2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이주열 한은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4명이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금통위원은 "지난 회의와 비교해 성장의 하방리스크가 다소 커졌으나 지난해 이후의 회복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물가의 상방리스크는 더욱 증가했으며, 금융불균형 상황은 여전히 주의를 요하는 수준으로 판단돼, 앞으로도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축소해가는 방향으로 기준금리를 운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채권시장에선 금리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많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채권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0명의 50%(50명)는 이달 금통위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나머지 50명은 금리 동결을 점쳤다. 이는 2월 조사 때 기준금리 인상 예상 전망(12명)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최근 물가 상승세가 가파르고, 미국 Fed가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시사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3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 참석자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올라가거나 강해진다면 향후 회의에서 한 번 이상의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했다.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1%나 뛰었다. 4%대 상승률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은의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2.9%에 달한다. 이는 2014년 4월(2.9%) 이후 7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전망 값에 해당한다.
최근 한은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유, 곡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에서 내려오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연간 상승률도 한은의 기존 전망치(3.1%)를 크게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작년보다 4%가 넘어선 물가 관련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관심은 한은총재 공백에도 금통위에 부담요인"이라며 "동결전망이 우세한 시장 입장에선 인상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4월에도 대비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인상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최근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은 "최근 5개월 동안 전년 같은 달 대비 3%대 물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10년 만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돌파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물가가 더 크게 오를 잠재적 위험도 큰 만큼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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