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코오롱 인보사'…7200억 기술 수출 '낭보'

입력 2022-04-13 16:02   수정 2022-04-14 01:56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국내 판매 중지로 나락까지 떨어졌던 관절염 치료제 인보사(TG-C)가 싱가포르 제약사에 기술수출되면서다. 인보사가 세계 시장에서 재평가받으면서 신약 개발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실패’를 바라보는 시선도 점차 바뀔 것이란 평가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주니퍼바이오로직스와 최대 7234억원 규모 인보사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13일 발표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바로 수령한 계약금은 150억원이다. 허가 단계별 마일스톤에 따라 7084억원을 받게 된다.

주니퍼는 일본 인도 싱가포르 중동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 40개국에서 인보사를 독점적으로 개발해 공급할 수 있게 됐다. 티슈진은 이들 지역에서 판매된 인보사 매출의 5~20%를 로열티로 받게 된다. 기술수출 계약금의 절반도 티슈진 몫이다. 한국과 중국 등의 인보사 판권은 코오롱생명과학이 보유하고 있다.

세계 첫 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는 코오롱그룹의 바이오 투자 결실이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넷째 아들’로 부를 정도로 개발에 공을 들였다.

2017년 국내 시판 허가를 받고 승승장구하던 인보사가 추락한 것은 2019년부터다. 품목 허가 당시 기재했던 세포와 다른 세포를 사용해 약을 개발했다는 게 확인됐고, 그해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보사 허가를 취소했다. 이후 한국거래소는 티슈진을 상장폐지 심의 명단에 포함했다.

‘실패한 약’이라는 비판이 이어졌지만 코오롱은 포기하지 않았다. 성분 기재 오류에도 약효 등엔 영향이 없다는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문을 두드렸다. 1년간 서류 검토 끝에 FDA는 안전성과 효과 면에서 신약 개발을 이어가도 문제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2월 미국에선 임상 3상 시험을 위한 환자 투여가 재개됐다.

FDA는 인보사 치료 대상 환자군을 넓히기 위한 티슈진의 계획도 승인했다. 무릎 관절염 대상 임상 3상과 별도로 고관절염 치료를 위한 임상 2상 시험을 시작했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기술수출로 글로벌 시장에서 인보사의 기술력과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했다.

티슈진 거래 재개 여부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에서 인보사 임상시험이 재개된 데다 세계 시장 진출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신약 허가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돌발변수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신약 개발이나 기술수출 과정에서 좌절을 경험한 신약후보물질이 잇따라 재기에 성공하면서다. 유한양행의 퇴행성 디스크 치료 후보물질 ‘YH14618·레메디스크’, 한미약품의 비만·당뇨 치료 후보물질 ‘HM12525A’ 등도 비슷한 사례로 꼽힌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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