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천구에 있는 스타트업 ‘닷’의 사업은 다른 기업보다 조금 특별하다. 이 회사 고객은 시각장애인, 개발하는 제품도 이들을 위한 ‘점자 전자기기’다. 세계 최초의 점자 스마트워치 ‘닷 워치’를 개발한 기업이기도 하다. 닷을 창업한 두 청년은 올해 서른두 살 동갑내기인 김주윤(오른쪽)·성기광(왼쪽) 공동대표다.
두 사람은 이번에는 애플과 기능을 공동 연구한 점자 디스플레이 ‘닷 패드’를 내놨다. 애플 기기에서 닷 패드를 통해 글자는 물론 간단한 그림까지 손으로 만져 파악할 수 있도록 협업했다. 애플이 시각장애인용 외부 기기를 공식적으로 지원한 것은 닷 패드가 처음이다.
이달 초 해외 출장을 마치고 온 성 대표를 화상 미팅으로 만났다. 성 대표는 “시각장애인의 ‘눈’이 돼 주는 것이 닷 패드의 목표”라며 “세계 1억 명이 넘는 시각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기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성 대표와 김 대표는 유년 시절부터 우정을 쌓아온 죽마고우다. 성인이 된 후 각자 미국 유학을 떠난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2014년 미국에서 화물차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바일 앱 사업을 시도했지만 쓴맛을 봤다. 이후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던 중 시애틀의 한 교회에서 거대한 점자 성경을 읽느라 끙끙대는 한 시각장애인의 모습을 보고 ‘저렴한 점자기기’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2017년 두 사람은 세계 최초로 점자 스마트워치인 ‘닷 워치’를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점자 태블릿 PC인 ‘닷 패드’를 미국 교육부와 300억원에 제공하기로 계약을 맺고 내년 납품을 앞둔 상태다. 이 기기는 애플과 수년 전부터 공동 연구를 진행해 태블릿·스마트폰 화면을 점자로 표시하는 기능을 탑재했다.
성 대표는 “닷 패드를 개발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완성할 수 있어서 무척 감격스럽다”며 “약 6만 명의 미국 시각장애인 학생에게 닷 패드를 보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정보통신 박람회 ‘CSUN’에 참가했을 때는 스티비 원더가 닷 패드를 직접 만져보고 무척 만족스러워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성 대표는 “미국뿐만 아니라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도 닷 패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기술을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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