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툰베리와 이다연

입력 2022-04-13 17:58   수정 2022-04-14 00:18

‘당신들은 자녀를 가장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모습으로 자녀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 열여섯 살 그레타 툰베리의 외침이었다. 2019년 유엔에서 열린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정치인들을 향해 비판하고, 행동할 것을 요구했다. 태양광을 이용한 배를 타고, 많은 항공유가 있어야 하는 비행기를 타지 않는 툰베리의 행동은, 어른인 우리를 부끄럽게 했다. 툰베리는 지금 가장 영향력 있는 환경운동가다. 그는 현재 열아홉 살이다. 툰베리는 말과 동시에 행동을 통해 기후 위기를 넘어서고 있다. 필자는, 툰베리와 같은 청소년과 청년들이 계속 외쳐주기를 기대한다. 정치인의 행태가 자녀들의 미래를 훔치는 행위라는 사실, 지구는 빌려 쓰는 것이라는 자각을 꾸준히 들려주길 바란다.

스물한 살 청년 이다연이 있다. 대학생 이다연은 지속가능한 K팝 활동을 벌이고 있는 운동가다. 이른바 ‘케이팝포플래닛’은 일종의 이니셔티브다. 지금 벌이고 있는 캠페인은 #플라스틱앨범처리반 #케이팝포플랫닛이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집안에 쌓여 있는 처치 곤란한 플라스틱 앨범들을 모아 그 앨범을 만든 엔터테인먼트사들에 전달하는 행동이다. 플라스틱 CD로 음악을 듣는 청소년들은 없지만, 구매자는 많다. 팬들은 한정판이라는 수식어만 붙으면 기어코 소장하겠다고 팬심을 불사른다. 그것이 바로 마케팅 포인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플라스틱 CD는 쓰레기가 되기에 십상이다.

“누구도 최애(가장 좋아하는)를 대체할 수 없듯, 지구 또한 대체할 수 없다.” 케이팝포플래닛의 언어다. 이다연은 케이팝포플래닛의 중심에 있다. 방탄소년단(BTS) 아미 등 K팝이 보여준 선한 영향력을 이제는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데 이용하자는 게 이다연의 생각이다. 이다연은 거창하게 지구를 살리자고 목청을 높이지 않는다. 플라스틱 앨범 대신 디지털 앨범을 팔아달라고 메일을 보낸다. 플라스틱으로 굿즈를 만들지 말아 달라고, 포장은 좀 덜해 달라고 요청한다. 탄소배출이 적은 공연을 해달라고 말한다.

이다연은 작년 초가을 강원도 맹방해변에 섰다. 그곳은 BTS가 앨범 재킷을 촬영한 장소다. 이다연은 친구들과 함께 인근에 석탄발전소가 건설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서명운동을 하고, 그곳 해변에서 피켓을 들고 캠페인을 벌였다. 문구는 ‘아미분들, BTS의 #butter 해변을 지켜주세요’.

툰베리는 정치인을 향해 일침을 가하기 위해 태양광으로 전기를 만드는 배를 탔다. 이다연은 K팝을 지키기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맹방해변에 서고, 엔터테인먼트사에 메일을 보낸다. 그리고 N번방과 싸운 박지현이라는 청년도 있다. 곳곳에 청년들이 살아 숨쉰다. 너무도 많은 툰베리와 이다연, 박지현이 지구를 지키고, 문화를 살리고, 정치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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