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은 형식과 관습에 얽매이는 경우가 많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은 예외다. 정의선 회장의 젊음과 미래 비전이 현대차그룹을 ‘패스트팔로어’에서 진정한 혁신가(true innovator)로 바꿨다.”
정 회장에 대한 미국 유력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평가다. 기존 자동차 회사의 틀을 깨는 광폭 행보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현대차그룹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모시켰다는 설명이다.
이 매체는 정 회장의 성과로 800V 초고속 충전 시스템을 비롯한 전기차 신기술 보급을 꼽았다. 로보틱스·자율주행·항공 모빌리티(AAM) 등 미래 사업에 진출했다는 것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800V 충전 시스템은 전기차 충전에 걸리는 시간을 기존보다 절반에서 4분의 1 수준으로 줄여 주는 기술이다. 포르쉐와 아우디를 제외한 대중 브랜드 중에서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뉴스위크는 “현대차그룹은 이 기술을 포르쉐 타이칸의 3분의 1 가격대인 전기차에 적용했다”며 “정 회장의 ‘기술 민주화’ 덕에 더 많은 운전자가 전기차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이 8억8000만달러를 들여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도 ‘현대차그룹의 가장 대담한 움직임 중 하나’로 꼽혔다. 20억달러를 투입한 앱티브와의 자율주행 합작법인(JV)도 마찬가지다. 뉴스위크는 “미래의 자동차는 단순히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하는 수단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오피스, 정보 허브가 될 수 있다”며 “현대차그룹의 움직임은 자동차의 미래가 아니라 운전자 삶의 방식을 혁신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수직계열화와 내재화 기조가 최근의 공급망 경색 상황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는 생각도 내비쳤다. 그는 “수직계열화와 통합이 왜 필요한지는 진행 중인 공급망 문제만 봐도 알 수 있다”며 “파트너십과 공급망 협력은 항상 중요하지만, 자동차 사업은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하는 부품과 분야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친환경차의 두 갈래인 수소차와 전기차에 대해 언급했다. “연료전지(수소)와 배터리(전기) 기술은 상호 경쟁적이지 않고 보완적”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는 “탄소배출 없는 모빌리티를 위해서는 두 기술 모두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 세계 수소 기업과 에너지 회사, 물류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수소 사회가 속도를 내도록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접근법에 대해서는 “스마트시티 개발과 완전히 통합된 접근법 속에서 다양한 모빌리티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자동차나 트럭의 발전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변화 속에서 이동의 혁신을 추구한다는 메시지다.
뉴욕=김일규/박한신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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