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초대 비서실장에 기용한 것은 경제와 민생을 최우선 과제로 챙기겠다는 윤 당선인의 의지가 반영된 인선이라는 평가다. 김 실장 내정으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등 새 정부 내각과 대통령실 최고위 인사 진용이 모두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채워졌다.
김 내정자는 1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청와대 조직과 관련해 큰 방향에 대해서 윤 당선인과 대화를 나눴다”며 “인수위가 검토하는 (청와대) 개편안을 본 뒤 조직과 인선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경제부처 출신 관료지만 통상 업무에서 출발한 한 총리 후보자나 금융정책을 주로 다뤘던 추 부총리 후보자와는 색깔이 조금 다르다.
김 내정자는 청와대 근무 경험이 많다. 33년의 공직생활 기간에 청와대에서 네 차례 7년간 일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을 지냈고, 이명박 정부에선 경제수석, 정책실장 등으로 중용됐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 민간으로 나와 한화생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중공업 등 대기업 사외이사를 맡았고, 약 10년 만에 다시 정부에서 일하게 됐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특별한 정치색이 없어 여야 정치권에서 고루 능력을 인정받았다”며 “특히 노무현, 이명박 정부 청와대 근무 경력을 유심히 봤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재정 건전성도 김 내정자가 중요시하는 정책 과제다. 1993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재정적자를 축소하는 정책을 뚝심 있게 밀어붙인 결과 장기 금리가 떨어지고 민간 투자가 늘어 미국 경제가 호황을 누린 사례를 자주 얘기한다. 청와대 재직 당시에도 사석에서 “경제 관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자주 언급했다. 추 부총리 후보자가 주도할 경제정책을 김 내정자가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김 내정자는 꼼꼼하면서도 소탈하고 친화력이 좋아 선·후배의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국회와 정치 경험이 없고 이번 대선에서 캠프에서 일하지 않았다는 건 단점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주요 국정 과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기보다는 내각을 뒷받침하는 ‘실무형’ 비서실장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치권 일각에선 대통령실의 정무 기능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임태희 윤 당선인 특별고문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김 내정자에 대해 “선거 때 역할을 안 한 분”이라며 “(비서실장직은) 난데없이 이렇게 임명돼서 잘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고 말했다.
좌동욱/김인엽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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