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이 가까워지면서 리오프닝(경제재개) 관련 주식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리오프닝 관련주 중 대표적인 대장주로 꼽히는 기업은 대한항공이다. 국가간 장벽이 무너지고 해외 여행이 재개되면 수혜를 볼 수 있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주가는 예상과 달리 지지부진하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 델타항공과 아메리칸항공 등 항공주가 6~10%씩 급등한 반면 이날 오후 대한항공은 1%대 상승에 그치고 있다. 국제 여객선 수요가 회복되는 국면에서 대한항공 주가가 다시 한번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과 고유가, 높은 환율이라는 장벽 때문에 주가 상승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美와 다르게 가는 대항항공 주가
13일(현지시간) 미 증시에서는 항공주가 강세를 보였다. 미국 3위 항공사 델타항공이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낸 영향이다. 델타항공의 1분기 매출은 93억5000만달러로 예상치(89억2000만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89%에 해당하는 수치다. 살아나고 있는 여행 수요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깜짝 실적 덕분에 델타 주가는 6.21% 급등했다. 지난달 저점 대비 36.23% 올랐다. 아메리칸항공과 사우스웨스트항공은 각각 10.62%, 7.54% 상승했다. 호텔체인 매리어트는 7.53%, 노르웨이 크루즈는 6.19% 올랐다. 반면 미국 항공사 상승률과 비교하면 대한항공 주가 상승세는 약한 수준이다. 이날 오후 대한항공은 1.44% 상승한 3만1800원에 거래 중이다. 지난달 저점 대비 약 17% 올랐다.
이 같은 차이는 미국 항공사와 대한항공의 국내선과 해외선 매출 비중 차이에서 나온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기준 미국 항공사 매출 중 국내선 비중은 평균 약 60%다. 미국 내 이동 관련 규제만 없으면 매출이 빨리 늘어날 수 있는 구조다. 반면 대한항공의 국내선 매출 비중은 4%에 불과하다. 현재 한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국가는 170여개국이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제 여객선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들 나라와 입출국 규제를 완화하는 작업이 먼저 필요하기 때문에 국제 여객선 수요가 회복되는 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여객선 수요 회복되면 주가 탄력?
지난해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때마다 항공주는 반복적으로 급등락을 반복해왔다. 2020년 감자를 결정한 아시아나를 제외하고 대한항공 등 5개 국내 항공사의 시가총액은 2019년 말(약 4조4000억원) 대비 200% 늘어난 13조3000억원에 달한다. 김 연구원은 "국제선 여객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구간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대한항공을 관련 업종 원픽으로 꼽고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 여객선 수요가 회복되는 속도는 미국보다 느리겠지만 결국 수요가 늘어날거라는 방향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며 "주가도 수요를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선 여객 수요가 회복되면 장거리 수요가 먼저 회복될거라는 예상도 나온다. 정 연구원은 "잠재 수요가 충분하기 때문에 높은 운임도 소비자들이 충분히 받아들일 것"이라며 "대한항공은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내년 예상 여객 운임이 2018년 대비 약 17% 높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코로나19 이후 치솟은 화물 운임이 하락해도 매출 감소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고유가·환율에 발목 잡힐 수도"
반면 치솟은 유가와 원달러 환율은 대한항공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대한항공의 올해 EBITDA(별도 기준)는 1조9671억원, 영업이익은 3668억원으로 추정했다. 각각 전년 대비 36.2%, 75.0% 감소한 수준이다. 지난해 대한항공 실적을 떠받쳤던 화물운임 하락으로 올 4분기 화물운임 수준이 평소 수준으로 하향안정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했다. 배기연 메리츠 연구원은 "올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평균가격을 배럴당 95달러로 가정하면 연료비는 전년 대비 91.2%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