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지도자의 언행

입력 2022-04-14 17:33   수정 2022-04-15 00:11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연설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의 의회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그리고 한국 국회에서 그의 연설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국가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을 때 그가 선택한 것은 ‘말’이었다. 결연하면서도 응축된 한마디 말은 큰 감동을 불러온다. 천하를 뒤엎고 세상을 바꾼다. 국민을 결집하고 전 세계 지도자들을 숙연하게 만든다.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은 민주주의의 초석이 됐고,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한 문장은 미국 역사를 바꾸었다. 감동적인 말은 귓전에 여러 개의 큰 북을 동시에 두드리는 것처럼 사람의 심장을 전율하게 한다.

한마디 말은 사람의 일생을 바꾼다. 너새니얼 호손의 ‘큰 바위 얼굴’에서 어린 ‘어니스트’는 어머니로부터 큰 바위 얼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 얼굴을 가진 사람을 기다리다 마침내 그 스스로가 큰 바위 얼굴이 됐다. 그래서 말은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서 나와야 하며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들어야 한다. 말은 많으면 결국 대부분 그냥 버려진다. 칼릴 지브란은 《예언자》에서 “말이 많아지면 생각은 거의 반 죽어버린다”고 경고했다. 말은 그 행동과 표정, 느낌과 같은 방향으로 향할 때 무게감이 실린다. 그리고 말은 경험에서 우러나와야 한다. 가정에 근거한 말은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생명력이 없다.

말은 진정성이 있어야만 빛을 발하고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 진정성 없이 그냥 내뱉는 말은 소리에 불과하다. 울림이 없으면 떨림도 없다. 말에는 또한 책임이 따른다. 그래서 더욱 신중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말은 이제 숨소리까지 기록돼 오랜 세월 남는다. 잊히고 싶어도 잊힘을 허락하지 않는다. 스스로는 잘 기억하지 못해도 어디엔가 남겨진 말의 흔적은 때가 되면 언젠가 당신을 찾아온다. 뿌려진 말의 씨앗은 반드시 싹이 튼다. 말은 힘이자 동시에 잘 벼린 칼과 같다. 특히 요즘 같은 1인 미디어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덕분에 편하게 소통할 수 있어 큰 힘이 되기도 하지만 누구나 손쉽게 아무 말이나 퍼뜨릴 수 있어 그 부작용 또한 크다. 그래서 말은 위험하기도 하다.

지도자의 말과 행동은 특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 입 밖에 나온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도 동독 정부 대변인의 말 한마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래서 지도자의 말은 더욱 신중해야 하고, 또 그 말은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행하지 못할 말은 차라리 입 밖에 내지 않는 것만 못하고 한번 뱉은 말은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어쩔 수 없이 지키지 못하는 사정이 되면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세상은 많이 변했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변하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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