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라도 더"…'임금삭감' 감수하고 팔 걷은 쌍용차 직원들 [현장+]

입력 2022-04-15 09:14   수정 2022-04-15 11:20


지난 14일 경기 평택시 칠괴동 소재 쌍용차 조립공장 1라인. 공장 내부는 분주해진 생산라인과 재기 의지를 다지는 직원들로 활기가 느껴졌다.

티볼리, 코란도, 코란도 이모션(쌍용차 첫 전기차) 등 소형~준중형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4종이 'U자' 형태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줄지어 움직였다. 작업자 1~2명은 전진하는 차량에 붙어 시트, 램프, 타이어 등의 부품을 조립했다. 올 7월 출시를 앞둔 중형 SUV 'J100'(프로젝트명)도 이곳 1라인에서 생산된다.

무인운반차(AGV)를 활용하는 타 완성차 업체와 달리 부품 운반을 기계가 아닌 사람이 했다. 소음도 심했다. 기존 2교대에서 1교대 체제로 가동되는 만큼 근무 중인 직원 수도 종전보다 적었다. 다만 이같은 녹록지 않은 근무 환경에서 속 직원들은 결의에 찬 모습이었다.

공장 한편에는 '노적성해(작은 노력이 모여 큰 꿈을 이룬다는 뜻): 이슬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는 문구의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이날 공장 투어를 도운 쌍용차 직원은 "직원들이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어요. 한 대라도 더 팔아야 월급 받죠"라고 했다.


지난 5년간 매년 판매량 감소가 이어지던 쌍용차 평택공장은 올해 들어 분주해졌다. 픽업트럭 뉴 렉스턴 스포츠&칸을 중심으로 주문량이 늘면서다. 로봇들 움직임도 여느 공장보다 한 템포 빠르게 느껴졌다. 올 1분기 쌍용차 판매량은 2만3278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주문 대기 물량도 1만3000대에 달해 반도체 수급난만 아니면 2교대 체제 전환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는 조립 1라인 인력을 3라인(뉴 렉스턴 스포츠&칸·올 뉴 렉스턴 생산)으로 돌리는 라인 간 전환 배치, 잔업·특근으로 물량을 해소하고 있다. 올 하반기 중형 SUV J100이 출시되면 2교대 전환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변응연 기술수석(조립 1팀 직장)은 "최고의 차를 만들고자 한다"면서 "J100은 우리의 '생명줄'이다. 우리도 빨리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 아픔을 두 번이나 겪은 쌍용차다. 임직원들은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자구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생계 유지를 위해 '시간제(파트타임)' 일용직으로 투잡을 뛰는 직원도 있을 정도다.

유동성 위기가 시작된 2019년 말부터 직원 월급의 약 20%가 삭감됐다. 지난해부터는 이보다 더 줄어 절반 수준만 받고 있으며, 한 달 일하고 한 달 쉬는 무급휴직도 시행하고 있다. 임원 수도 2019년 말 35명에서 절반 이상 줄었다. 덕분에 회사 자금 사정은 나아지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는 전년 대비 30% 이상 개선됐다.

쌍용차는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과의 인수합병(M&A) 계약 무산 이후 재매각을 추진 중이다. KG그룹과 쌍방울그룹, 사모펀드 프라이빗에쿼티(PE)가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전날 서울회생법원은 쌍용차에 '인가 전 M&A 재추진 신청'을 허가했다. 재매각을 본격 추진할 수 있게 된 쌍용차는 다음달쯤 매각 공고를 내고 6월께 최종 인수예정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송영승 부장(조립 1팀장)은 "한 달 일하고 한 달 쉬고 있는데 일을 좀 더 하고 싶다"며 "이런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는 회사가 (쌍용차를) 인수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변 수석은 "우리의 미래에 투자를 할 수 있는 회사(의 인수)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평택=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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