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1위에 오른 캐머런 영(25·미국)보다 8타나 뒤처졌지만, 그가 홀 아웃하는 순간 누구보다 큰 환호성이 터졌다. 주인공이 불치병을 딛고 923일 만에 필드로 돌아온 모건 호프먼(33·미국·사진)이었기 때문이다.
호프먼은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 재학 시절 세계 아마추어 랭킹 1위를 달리던 기대주였다. 2011년 프로로 전향한 뒤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으며 2016년 PGA투어 존 디어 클래식 3위에 올랐고 이듬해에는 혼다클래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인생의 정점이 눈앞에 다가온 듯한 순간, 아무런 사전예고 없이 질병이 그를 덮쳤다. 아직 확실한 치료법이 없는 근육위축증이었다. 호프먼이 선택한 건 대체치료였다. 투어생활을 중단하고 아내와 코스타리카로 떠났다. 골프위크에 따르면 그는 소변요법, 하루에 포도만 수백 개 먹는 식단, 명상, 서핑 등 다양한 대체치료를 받았다.
2년여의 투병 끝에 호프먼은 다시 필드로 돌아왔다. 첫 라운드를 앞두고 “미국 아마추어 골프대회(AJGA)에 나선 12세 아이가 된 기분이다. 그저 경기를 즐기고 많이 웃겠다”던 그는 경기를 마친 뒤 “경기 내용이 나쁘지 않았다. 재밌는 순간이 많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 그의 경기에서는 투병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호프먼은 버디를 3개 잡고 보기는 3개로 막았다. 한때 2언더파로 리더보드 상단에 오르기도 했다. 시작부터 경쾌했다. 923일 만의 첫 티샷이 떨어진 위치는 페어웨이 정중앙이었다. 이날 그의 페어웨이 안착률은 80%, 비거리는 평균 275야드였다.
호프먼은 이번 대회에 특별 자격으로 출전 기회를 얻었다. 그는 “지난 2년간 내가 경험했던 대체치료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싶어 출전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7년 근육위축증 진단을 받은 직후 ‘모건 호프먼 재단’을 설립했다. 근육위축증 치료법 개발을 돕기 위해서다. 코스타리카에 건강 증진을 돕는 웰니스 센터를 설립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오늘은 매우 초현실적인 경험이었다”며 “사람들이 내 이름을 외쳐주고 응원해주는 것은 정말 짜릿한 일”이라고 말했다. “퍼팅은 좋았지만 비거리가 좀 아쉬워요. 내일이 더 기대됩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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