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은행권 예·적금 금리 인상은 시기와 폭 모두 지난해와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 지 단 2영업일 만에 국내 1~2위 은행이 예·적금 금리를 곧바로 인상하기로 한 데다 그 폭(0.4%포인트)도 한은 인상분(0.25%포인트)을 웃돈다. 반면 이 같은 수신금리 인상으로 대출 보유자의 주름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은행의 예·적금 이자 부담만큼 대출 금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등 주요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 금리는 최근 한 달 새 0.02%포인트 뛰었다. 이런 추세라면 주담대 변동금리가 연내 연 6%, 고정금리는 연 7% 선을 돌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은행 예·적금으로 자금 쏠리나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의 지난달 기준 요구불예금은 710조6651억원으로 전달보다 9조3230억원 늘었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자가 원할 때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는 예금으로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기준금리 인상 및 주식시장과 암호화폐시장 둔화가 맞물리면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올초만 해도 예금 금리가 연 1%대에 불과했고 앞으로 기준금리가 더 오를 것이란 예상이 많아 좀 더 기다렸다가 가입하자는 관망세가 적지 않았다”며 “이제 은행권 전반에 걸쳐 예·적금 금리가 상당 폭 오른 만큼 향후 잔액도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달 대출금리 더 오를 것”
은행연합회가 이날 공시한 지난 3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는 연 1.72%로 전달(연 1.70%) 대비 0.02%포인트 올랐다. 1억원의 대출을 보유한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이 2만원 더 늘어나는 셈이다. 지난 2월(0.06%포인트↑)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다소 둔화됐으나 두 달 연속 오름세다.
변동금리 주담대의 기초가 되는 코픽스 금리는 은행이 예·적금, 금융채, 환매조건부채권(RP), 표지어음 등으로 조달한 비용(금리)이 종합적으로 반영된다. 물론 이 가운데 예·적금의 반영 비중이 70~80%로 가장 높다. 예·적금 금리가 오르면 코픽스 금리와 주담대 변동금리가 순차적으로 상승한다.
코픽스 금리 인상분만큼 16일부터 국내 은행의 주요 대출금리가 줄줄이 오르게 됐다. 가령 국민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3.40~4.90%에서 연 3.42~4.92%로,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연 3.17~4.37%에서 연 3.19~4.39%로 상승한다. 우리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연 3.63~4.84%에서 연 3.65~4.86%로 오른다. 이날 잔액 기준 코픽스와 신잔액 기준 코픽스도 각각 0.06%포인트, 0.04%포인트 오른 1.50%와 1.17%를 기록했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지난 14일 한은 기준금리 인상은 이번 코픽스 금리 상승분에 반영되지 않은 만큼 다음달 대출금리 인상 폭이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기준 5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평균 연 3.18~5.34%, 전세대출 금리는 연 3.17~5.08%다. 올 상반기 내 주담대와 전세대출 모두 금리 상단이 연 5%대 중반~연 6%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시장의 ‘금리 발작’으로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이미 연 7% 선 돌파를 눈앞에 뒀다. 현재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연 3.90~6.39%다.
이인혁/김보형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