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2살 때 이혼 후 연락 끊겨…자녀의 범죄, 책임져야 하나요?" [오현아의 법정설명서]

입력 2022-04-17 16:50   수정 2022-04-17 21:17



A씨는 아들이 만 2세때 아내와 협의이혼했습니다. 이후 15년 동안 A씨는 단 한 번도 아들과 만나거나, 연락을 한 적도 없었죠. 그러다 A씨는 아들 때문에 손해배상 소송의 당사자가 됩니다.

미성년자인 아들이 성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만 17세인 아들은 피해자의 나체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이로 인해 역시 미성년자였던 피해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에 피해자의 유족이 A씨와 이혼한 아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이였습니다. 부모로서 아들을 제대로 교육하고 보호·감독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는거죠.

그렇다면 이 경우, A씨는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할까요? A씨는 "양육자가 아니기 때문에 아들을 제대로 교육하고 보호·감독할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양육·친권자 아니여서 감독의무 없다는 대법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임이 없습니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은 14일 친권자나 양육자가 아닌 부모는 미성년 자녀가 불법행위를 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더라도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대법원 재판부는 "이혼으로 부모 중 1명이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된 경우 그렇지 않은 부모(비양육친)는 미성년자의 부모라는 사정만으로 미성년 자녀에 대해 일반적인 감독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볼 여지는 있습니다. 하급심의 판단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1심·2심 재판부는 아버지에게 10%의 책임이 인정된다며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참고로 법원은 아들을 혼자 양육한 어머니에게 인정한 책임은 40%입니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 이렇게 기재했습니다.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자녀에 대한 보호·교양에 관한 권리의무는 친권자의 권리의무 이전에 부모로서의 권리의무다.

부모가 이혼할 경우에도 자녀에 대한 양육자와 양육에 필요한 사항은 부모의 협의에 따라 정하여 지는데다가,

양육권을 가지지 않더라도 면접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는 등을 고려해 봤을때,

단지 협의이혼을 한다는 이유로 미성년 자녀에 대한 감독의무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할 수는 없다.

이혼했어도 같이 키웠으면 손해배상 책임 생긴다


다만 대법원은 비양육 부모도 특별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법원 예시로 든 것은 두 가지 입니다. △같이 살거나 친권자가 아닌 부모더라도 자녀에 대해 현실적·실질적으로 지도를 하며 공동 양육자에 준해 자녀를 보호 감독하고 있었거나 △자녀의 불법행위를 구체적으로 예견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아이를 키우는 친권자에게 이를 알리지 않는 경우 입니다.

후자의 경우는 '특별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 전자는 아닙니다. 전자의 경우를 쉽게 풀어쓰면, 부부가 이혼했더라도 자녀를 공동양육하고 있을때를 의미합니다.

요즘 미디어에서도 부부는 이혼했더라도, 자녀는 양쪽 부모와 모두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비양육 부모더라도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겁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비양육 부모의 감독의무자 책임을 판단한 최초의 판결입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앞으로 이 판결이 미성년 자녀의 불법행위에 대한 비양육친의 손해배상책임 인정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러분은 하급심과 대법원 판단 중 어떤 판결에 더 동의하시나요?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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