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아들이 만 2세때 아내와 협의이혼했습니다. 이후 15년 동안 A씨는 단 한 번도 아들과 만나거나, 연락을 한 적도 없었죠. 그러다 A씨는 아들 때문에 손해배상 소송의 당사자가 됩니다.
미성년자인 아들이 성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만 17세인 아들은 피해자의 나체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이로 인해 역시 미성년자였던 피해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에 피해자의 유족이 A씨와 이혼한 아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이였습니다. 부모로서 아들을 제대로 교육하고 보호·감독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는거죠.
그렇다면 이 경우, A씨는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할까요? A씨는 "양육자가 아니기 때문에 아들을 제대로 교육하고 보호·감독할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법원 재판부는 "이혼으로 부모 중 1명이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된 경우 그렇지 않은 부모(비양육친)는 미성년자의 부모라는 사정만으로 미성년 자녀에 대해 일반적인 감독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볼 여지는 있습니다. 하급심의 판단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1심·2심 재판부는 아버지에게 10%의 책임이 인정된다며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참고로 법원은 아들을 혼자 양육한 어머니에게 인정한 책임은 40%입니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 이렇게 기재했습니다.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자녀에 대한 보호·교양에 관한 권리의무는 친권자의 권리의무 이전에 부모로서의 권리의무다.
부모가 이혼할 경우에도 자녀에 대한 양육자와 양육에 필요한 사항은 부모의 협의에 따라 정하여 지는데다가,
양육권을 가지지 않더라도 면접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는 등을 고려해 봤을때,
단지 협의이혼을 한다는 이유로 미성년 자녀에 대한 감독의무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대법원은 비양육 부모도 특별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법원 예시로 든 것은 두 가지 입니다. △같이 살거나 친권자가 아닌 부모더라도 자녀에 대해 현실적·실질적으로 지도를 하며 공동 양육자에 준해 자녀를 보호 감독하고 있었거나 △자녀의 불법행위를 구체적으로 예견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아이를 키우는 친권자에게 이를 알리지 않는 경우 입니다.
후자의 경우는 '특별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 전자는 아닙니다. 전자의 경우를 쉽게 풀어쓰면, 부부가 이혼했더라도 자녀를 공동양육하고 있을때를 의미합니다.
요즘 미디어에서도 부부는 이혼했더라도, 자녀는 양쪽 부모와 모두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비양육 부모더라도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겁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비양육 부모의 감독의무자 책임을 판단한 최초의 판결입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앞으로 이 판결이 미성년 자녀의 불법행위에 대한 비양육친의 손해배상책임 인정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러분은 하급심과 대법원 판단 중 어떤 판결에 더 동의하시나요?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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