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는 900자 안팎의 장문형 글쓰기를 2문항 출제하고 있습니다(시험시간 100분). 또한 1, 2문항의 주제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사실상 두 번의 작문을 해야 합니다. 50분은 많아 보여도, 실제 흐름을 고려하면 정말 짧은 시간입니다. 그러므로 목적과 방향 없이 각 제시문에서 오랜 시간 머무는 것은 비효율적입니다. 최대 1000자의 글에 평균 6000자가 넘어가는 제시문의 모든 내용을 활용할 수도 없습니다. 논제를 철저히 염두에 두고 요구사항 순서대로 제시문을 분석해보세요.
[가]의 현상은 지문에 명확히 기술돼 있듯이 대학생 사이에서 발생하는 입시 결과에 따른 서열화입니다. 서로를 무시하고 사람을 서열화하는 것 자체가 문제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논제는 [나], [다], [라]를 참조했을 때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밝히라는 것이므로, 각각의 지문을 활용해 다른 각도에서 문제를 분석해야 합니다. 즉 [가]에서 떠올랐던 ‘도덕적인 관점’에서 한발 물러나 봅시다.
[나]는 자연현상과 달리 사회현상은 필연적이지 않고 인간의 의지와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참조하면 [가] 현상은 판단이 부정확한 점에서 문제시됩니다. 예를 들어 학과를 선택한 이유가 자기 점수와 무관하게 전공에 대한 의지 때문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입시 결과가 좋은 학과의 학생이 입시 결과가 나쁜 학과의 학생보다 점수가 반드시 높다고 볼 수 없습니다. 혹은 입시 결과는 확률에 의한 우연적 결과일 수 있으므로, 단 한 번의 수능 점수로 능력의 우열관계를 판단하는 것도 섣부릅니다.
[다]는 통제할 수 없는 우연적이고 외부적인 요인이 개입해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이 내용을 참조했을 때 입시 결과에도 우연적 요소가 개입했을 여지가 충분합니다. 예를 들면 가정 환경과 소득 수준과 같은 기타 요소가 개입했을 수 있죠. 이런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각자의 출발선을 동일하게 보는 것은 타인의 평가 잣대로서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한편 [라]는 복권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 충분히 많은 시행이 없는 이상 우연이라고 말합니다. 이 내용에 근거하면 시험도 충분히 많이 치르지 않은 이상 우연의 결과일 뿐, 서열화하는 학생들은 복권에 당첨되고 자기 실력이 좋았다고 뽐내는 셈이 됩니다.
[나], [다], [라]에 근거한 [가] 현상의 문제점
· [나] : 인간의 의지와 판단
· [다] : 가정 환경이나 소득 수준과 같은 외부 요인의 개입
· [라] : 일회적 사건의 우연성
∴ [가]에서 나타나는 서열화 현상은 [나], [다], [라]를 간과한 판단이다.
답안을 쓸 때는 위의 내용을 그대로 나열해서는 안 됩니다. 지난 시간 서강대 논술 합격의 핵심에서 밝혔듯이 논술 문항에서 제시된 요구조건에 의지한 채 기계적으로 단락을 구성해 답안을 쓰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나]~[라]의 내용을 바탕으로 문제점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말할지 생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나]와 [라]는 사회 현상이나 입시에 대한 논리적 판단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다]는 공정성의 문제를 거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답안의 흐름을 아래처럼 구성할 수 있습니다.
[나], [다], [라]에 근거한 [가] 현상의 문제점
· [나], [라] : 사회 현상의 우연적 본질을 무시한 비논리적 판단
· [다] : 가정 환경과 같이 노력과 무관한 외적 요인을 무시한 불공정한 시각
∴ [가]에서 나타나는 서열화 현상은 비논리적 판단과 공정성의 무지에 기초한다.
이제 다음 요구사항으로 해결 방안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마]는 사람에 대해 첫인상으로 결정적인 평가를 내리지 말고, 입체적이고 총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설득하는 신영복 선생님의 글입니다. 이 관점에서 해결책은 태도의 전환과 노력입니다. 다른 학생들에 대해 입시 결과라는 한 측면에서만 보지 말고, 여러 측면에서 그 학생이 맺고 있는 다양한 관계를 살펴보면서 종합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에 따르면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을 바라보려 노력해야 합니다. 이 관점도 노력이라는 점에서 [마]와 이질적이지 않습니다. 다른 학생들이 처해 있던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서 보이지 않는 요소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면 서열화 현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두 해결책은 비슷하므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면서 단계적인 해결책 제시를 시도하면 좋을 듯합니다.
이제 논의를 전부 종합해 하나의 완성된 글을 구성해봅시다. 첫 문단에서는 답안 전체의 주제의식과 본론의 내용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하기 위한 화제를 제시하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문단에서는 첫 문단에서 제시한 주제의식과 화제를 이어받아 주장과 함께 매듭문장을 만들어 글을 완결시켜주세요. 아래는 답안 사례입니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경쟁과 서열 나누기가 학생들에게까지 만연한 사회의 모습은 씁쓸하다. [가]에서 제시하는 입시 결과에 따른 서열화가 대표적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정서적인 측면에서의 비판 대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나], [다], [라]를 참조했을 때 올바르지 못한 판단이기 때문이다.
[나]는 자연현상과 달리 사회현상은 우연적일 수 있으며 인간의 의지와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이를 바탕으로 볼 때 입시 점수가 높은 학생이 낮은 학생보다 반드시 능력이 뛰어나거나 노력을 많이 했다고 판단할 수 없다. 입시 결과는 확률에 의한 우연적 결과였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학과에 들어온 것은 점수가 아니라 전공에 대한 의지와 판단 때문이었을 수 있다. 따라서 입시 결과가 좋은 학과의 학생이 입시 결과가 나쁜 학과의 학생보다 점수가 반드시 높다고 볼 수 없다. 게다가 지금부터의 의지와 판단이 역전적 결과를 발생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라]의 내용을 참고할 때도 우연적 결과를 문제삼을 수 있다. [라]는 복권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충분히 많은 시행이 없는 이상 우연이라고 보는데, 이처럼 시험도 충분히 많이 치르지 않은 이상 우연의 결과일 뿐이다. 즉 서열화하는 학생들은 복권에 당첨되고 자기 실력이 좋았다고 뽐내는 셈이다.
한편 공정성의 문제도 있다. [다]는 하키 선수들의 사례를 들어 통제할 수 없는 우연적이고 외부적인 요인이 개입해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입시 결과에도 가정 환경, 소득 수준 등의 우연적 요소가 개입했을 여지가 충분하다. 이런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각자의 출발선을 동일하게 보는 것은 타인의 평가 잣대로서 공정하지 않다.
따라서 [마]와 [바]의 관점을 통해 서열화의 잘못된 판단과 비윤리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 [마]의 조언을 고려하여, 다른 학생들에 대해 입시 결과라는 한 측면에서만 보지 말고 여러 측면을 살펴보고 그 학생이 맺고 있는 다양한 관계를 보면서 종합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바]의 말처럼 다른 학생들이 처해 있던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서 보이지 않는 요소들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경쟁과 서열 나누기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학생들의 잘못된 관계 맺음을 건강한 관계로 전환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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