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카카오), 14.3%(DB하이텍), 10%(네이버), 10%(LG에너지솔루션)….
지난 두 달간 반도체·정보기술(IT) 분야 기업들이 내놓은 올해 연봉 인상률이다. 이들 업종 기업에선 인플레이션율을 조금 웃도는 4~5% 인상률은 이제 옛말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인재 확보전이 치열해지면서 요즘은 ‘묻고 더블로 가’가 예삿일”이라며 “경쟁사 인사담당자를 만나면 ‘먼저 인상률을 정해달라’는 말을 인삿말처럼 할 정도”라고 했다.
두 기업이 섣불리 숫자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데엔 이유가 있다. 최근 업계에서는 조금이라도 높은 연봉을 좇아 직장을 옮기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작년 말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의 산업기술인력 수급실태 조사에 따르면 반도체 분야에서 직원이 부족한 이유에 대해 ‘경쟁사의 스카우트’라고 답한 비율이 9.2%로, 국내 12대 주력 산업 분야 중 가장 높았다. 전체 산업 평균 응답률(4.4%)의 두 배가 넘는다.
이 같은 분위기에 가전·디스플레이·배터리 기업 연봉도 치솟고 있다. 생산 공정이 비슷해 주요 인력의 반도체업 전향 비율이 높아서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연봉을 전년 대비 8%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2020년 1.9% 대비 4배 이상 뛰었다. LG전자는 작년 9%에 이어 올해 8.2% 올리기로 했다.
인터넷·소프트웨어 분야 기업도 비슷한 분위기다. 카카오는 올해 임직원 연봉 총액을 전년 대비 15% 늘린다. 작년 증가폭(6%)의 두 배 이상이다. 네이버는 10% 인상한다. 지난해 인상률은 7%, 2020년은 5%였다. LG CNS도 10% 올린다. 1987년 출범 이후 첫 두 자릿수 인상이다.
최근 공세를 올리고 있는 중국 기업도 국내 기업 인재들을 노리고 있다. 한 반도체 기업의 인사담당자는 “4~5% 인상폭도 크다고 보는 다른 분야 인사담당자들은 ‘삼성·SK가 물을 흐린다’고 하지만, 이는 정말 속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며 “우린 이제 글로벌 빅테크와 연봉·이름값 경쟁을 해야 해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한 IT 기업 관계자는 “해외 대기업은 물론이고 최근 대규모 투자를 끌어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도 인력 확보전에 가세했다”며 “주요 직군에 대해선 비자 발급도 쉬워져 연봉을 경쟁사들에 맞춰주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다
급증한 인건비가 영업이익 등 기업 실적에 부담을 주는 ‘부메랑’이 되기도 한다. 작년 경쟁적으로 연봉을 큰 폭으로 올렸던 게임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2월 크래프톤이 개발자는 2000만원, 비개발자는 1500만원씩 임금을 올리자 넥슨과 넷마블은 전 직원 연봉을 800만원씩 인상했다. 엔씨소프트는 개발자 1300만원, 비개발자 1000만원을 올렸다. 그 여파는 ‘실적 쇼크’로 이어졌다. 시가총액 기준 5대 게임사 영업이익률은 2020년 27%에서 작년 16%로 곤두박질쳤다.
선한결/곽용희 기자 alway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