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박상현, 5타 차이 뒤집고 '개막전 제왕' 우뚝

입력 2022-04-17 18:29   수정 2022-04-17 19:11


남자프로골프(KPGA) 투어의 간판 박상현(39)에게는 '승부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리더보드 상단에서 잠시 안보이더라도 공격적인 '닥공' 플레이를 앞세워 어느새 최상단에서 승부경쟁에 나서있기 때문이다.

17일 막을 내린 KPGA 코리안투어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총상금 7억원)에서도 박상현의 승부사 기질이 빛을 발했다. 박상현은 이날 강원 춘천 라비에벨CC(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4개, 보기 2개를 엮어 4언더파 67타를 치며 최종합계 10언더파 274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공동 2위 조성민(35), 이준석(34), 이형준(30)을 1타 차로 제치고 올 시즌 첫 타이틀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1억4000만원이다.



이날 경기를 시작할때만 해도 박상현의 우승을 기대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1라운드에서 공동 선두에 올랐지만 2, 3라운드에서 주춤하며 선두에 5타나 뒤진 공동 8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상현은 비장했다. 그는 이날 대회장에 가족을 모두 불렀다. 우승을 노리겠다는 자신의 결의를 다지기 위해서다.


박상현은 이날 내내 무섭게 몰아쳤다. 2번홀(파4)에서 보기를 기록하며 주춤하는듯 했지만 5, 6번홀에서 연달아 버디를 잡으며 기세를 올렸다. 특히 8번홀(파4) 111m 거리에서 친 두번째 샷이 홀에 빨려들어가며 샷 이글을 기록해 단숨에 우승경쟁에 나섰다.

개막전 제왕까지 이르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박상현이 11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한 사이 이형준(30)이 선두로 치고 올라갔다. 후반으로 갈수록 강해진 바람은 선수들의 페이스를 흔들었다. 베테랑 박상현의 관록이 빛난 것도 이 때다. 강한 바람에 이형준이 14번홀(파4)에서 티샷 미스를 내며 보기를 냈지만 같은 시간 박상현은 15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박상현의 승부근성은 18번홀(파4)에서 폭발했다. 8m 거리에서 친 버디퍼트는 곧은 직선을 그으며 홀에 꽂혔다. 박상현은 퍼트를 던지며 포효했고 2000여명의 갤러리도 축하의 함성을 보냈다. 그가 만들어 낸 1타 차이를 아무도 따라잡지 못하면서 박상현은 개막전 제왕으로 우뚝 섰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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