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당 보험은 계약자가 낸 보험료 일부를 보험사가 운용한 뒤 투자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삼성·교보·한화생명 등 대형 보험사가 과거 고금리 시절 많이 팔았다. 유배당 보험은 통상 계약자에게 연 6%대 이자를 준다. 그런데 생보사들이 계약자 돈을 굴려 버는 운용수익은 연 4~5%에 그친다. 생보사로선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IFRS17이 도입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보험사의 운용수익은 연 4~5%로 지금과 동일한데 계약자에게 줘야 할 이자는 시가평가 원칙에 따라 현 금리 수준을 반영한 연 3% 안팎으로 낮아진다. 결과적으로 생보사들은 유배당 보험에서 회계상 이익을 보게 된다.
문제는 새 회계기준을 적용하면 단지 회계상 이익이 늘어나는 것일 뿐 실제 돈을 더 버는 것이 아닌데도 생보사들이 계약자에게 배당해야 할 금액이 더 늘어난다는 점이다. 보험업계는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대형 생보사들이 유배당 보험에 배당해야 하는 금액이 영업이익의 약 30~40%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예컨대 국내 1위 생보사인 삼성생명의 연간 영업이익이 1조7000억원(2021년 기준)이라면 5000억~6000억원 이상을 계약자 배당으로 써야 한다는 의미다. 대형 생보 3사의 유배당 계약 건수는 삼성생명 210만 건, 한화생명 143만 건, 교보생명 82만 건 등 435만 건에 달하며 새 회계기준 적용 시 이들 3사가 지급해야 할 배당액만도 연간 1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대형 생보사들은 회계기준 변경만으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게 되면 경영상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대형 생보사의 손을 들어준 이유다. 하지만 새 회계제도 적용 시 이익을 볼 유배당 보험 계약자들이 반발할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유배당 보험을 거의 팔지 않은 소형 생보사도 “대형사 봐주기 아니냐”고 지적한다.
이지훈/김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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