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바스 대전' 임박…젤렌스키 "뺏기면 다음은 키이우"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대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군은 돈바스로 가는 길목인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함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끝까지 싸우겠다”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마리우폴을 포위하고 “항복하지 않으면 파괴될 것”이라는 최후통첩을 보냈지만 마리우폴은 거부했다. 데니스 슈마이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군인들은 아직 마리우폴에 있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침공 초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 전력을 집중했던 러시아군은 현재 러시아 국경과 더 가까운 우크라이나 동부로 향하고 있다. 마리우폴은 러시아가 2014년 무력으로 병합한 크림반도와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돈바스 지역에 세운 도네츠크·루한스크인민공화국을 육로로 연결하는 요충지다. 마리우폴이 함락된다면 돈바스 지역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세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돈바스에서는 지금까지와 다른 양상의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산악 지형이 많은 북부와 달리 동부는 탁 트인 평야 지대가 펼쳐져 있다. 군사력 면에서 우위에 있는 러시아에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시가전이 벌어진 돈바스의 루한스크주 크레미나시는 이날 러시아의 통제 아래로 들어갔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텔레그램에 “크레미나에 대한 통제권을 잃었다”며 “격렬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벤 호지스 전 미군 유럽사령관은 “러시아군이 특정 지역을 사수하려는 우크라이나군을 공격하는 일이 잦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더욱이 돈바스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독립주의자들과 대립해 온 지역이다.

우크라이나는 결사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은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군과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돈바스를 점령하면 다시 키이우로 향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며 “이번 전투가 전체 전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우리의 땅을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 가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이호르 즈브크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EU 가입을 위한) 우크라이나의 서류 작성이 완료됐다”고 말했다. EU 이사회는 오는 6월 23~24일 회의서 논의할 예정이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