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고공행진과 대출 규제, 이자 부담에 실수요자들이 서울의 빌라(연립다세대) 시장에 몰려들고 있다. 특히 가격 부담이 적은 소형의 거래 비중이 커지는 상황이다.
부동산R114는 올해 1분기 서울의 빌라 매매 거래 건수의 89.5%가 전용 60㎡ 이하 소형에 집중됐다고 19일 밝혔다. 올해 1분기 서울의 전체 빌라 매매 건수는 7619건이었는데, 전용 60㎡ 이하 소형이 6818건이었고, 전용 60㎡ 초과는 801건(10.5%)에 그쳤다. 전용 60㎡ 이하 소형빌라의 매매 거래 비중은 실거래가 조사가 시작된 2006년 이래 1분기 기준,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부동산R114는 서울 빌라 매매에서 소형 비중이 늘어난 원인으로 아파트 가격 급등을 지목했다. 2020년과 2021년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연 14%가량 올랐는데, 이 기간 전용 60㎡ 이하 소형빌라의 거래가 역대 최대 수준인 연 4만8000여건으로 집계됐다. 이에 소득과 자산이 낮아 아파트 매수가 어려운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소형빌라에 몰렸다는 분석이다.
올해 1분기 서울의 빌라 거래 비중을 가격 구간별로 보면, 전용 60㎡ 이하 소형에서는 3억원 이하 거래가 61.2%(4,170건)로 과반을 차지했다. 전용 60㎡ 초과 중대형의 경우, 3억원 이하 거래가 전체의 35.1%(281건)로 더 낮았다. 보금자리, 디딤돌 대출 등 저리 정책대출이 가능한 6억원 이하 거래 비중도 전용 60㎡ 이하 소형은 98.0%에 달했다.
서울의 소형 빌라의 인기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1~2인 가구 실수요가 꾸준한 데다, 7월 말 이후 계약갱신청구권 만료로 전셋값이 상승하면 세입자들이 소형빌라 매수로 갈아탈 가능성이 있다"며 "차기 정부의 정비사업 규제 완화 공약 기대감에 따른 투자수요 유입도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민간 임대 활성화를 위해 전용 59㎡ 이하 빌라의 주택 수 합산 배제 등을 검토하고 있는 점도 소형빌라 매수를 부추길 수 있다. 다만 여 수석연구원은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주거 선호도가 낮고 환금성이 떨어진다. 투자용 매입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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