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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전설’로 불리는 피터 린치는 “아내의 쇼핑 목록에 투자 아이디어가 숨어 있다”고 말했다. 실생활의 최전선에 있는 아내의 장바구니를 보면 최신 유행 상품을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통해 린치는 수많은 ‘10루타’ 종목을 발굴했다. 피부과용 의료기기 업체 인모드는 이런 투자법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피하조직까지 고주파를 침투시키는 기술을 개발한 인모드는 설립 14년 만에 2000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회사로 성장했다. 여성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면서다. 코로나19 이후 주가는 10배 넘게 상승했다.
인모드는 2008년 이스라엘 스타트업으로 출발했다. 최소 침습으로 고주파 에너지(RF)를 피하조직까지 투과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진피층까지만 에너지를 전달하는 기존 제품과 대비된다. 피부는 표피, 진피, 피하조직 등 세 가지 층으로 구성된다.
피부를 근본적으로 개선한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인모드 제품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작년 매출은 4415억원(약 3억5756만달러)으로 전년 대비 7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2037억원(약 1억6497만달러)으로 두 배 넘게 급증했다. 가격 결정력의 척도인 매출총이익률은 85%에 달한다.
최근 주가는 조정받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인모드는 1.51% 내린 29.94달러에 마감했다. 최고점인 97.86달러(작년 11월) 대비 70% 하락했다. 미국 금리 상승, 매출 둔화 전망이 주가를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본사가 있는 이스라엘에서 스타트업 세금 면제 혜택이 작년 종료된 점도 부담이 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주가가 조정받으면서 ‘저점 매수’에 대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니드햄앤드컴퍼니는 이날 인모드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buy)’와 목표주가 82달러를 제시했다. 현 주가 대비 173%의 상승 여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투자자와 전문가들이 인모드를 주목하는 이유는 갑작스러운 조정으로 가격 메리트가 생겼기 때문이다. 인모드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5배다. 글로벌 미용기기 평균(22배)보다 낮다. 한국 피부과 의료기기 업체인 클래시스(25배)보다 낮아졌다.
작년 PER이 최고 50배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해 밸류에이션(주가 대비 실적 수준)이 저렴해졌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는 인모드의 근본적인 기업가치는 변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주가 급락 요인이 단기적인 악재일 뿐 장기적으로는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관련주로도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감소로 외출이 늘어나면서 피부 미용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보유 현금이 5000억원에 달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시가총액(3조782억원)의 20%에 이른다.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설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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