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권(留置權)은 타인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점유한 자가 이에 관해 생긴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유치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공사비를 못 받은 건설사가 공사비를 받을 때까지 건물을 차지하는 것이 유치권 행사다.
그런데도 공사비를 받지 못하면 최종 단계는 경매다. 민사집행법 274조엔 ‘유치권 등에 의한 경매’ 조항이 있다. 둔촌주공의 현재 공정률은 52%이고, 시공사가 주장하는 지금까지의 공사비는 1조7000억원에 이른다. 직접 조합에 빌려준 대여금과 금융비용은 1500억원 수준이다. 시공사들은 총 1조8500억여원을 받아야 한다.
유치권에 의한 경매는 둔촌주공 조합원에게도, 시공사에도 최악의 경우다. 조합과 시공사 간 협상이 법정 공방을 거쳐 유치권 행사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와야 가능한 일이다. 만에 하나 경매가 이뤄진다면 부동산 경매 역사에 기록될 만한 규모다.
미준공 건물들은 경매로 나오면 대체로 새 주인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우선 권리문제가 복잡하다. 통상 선순위는 대출해준 금융권이고, 다음으로 시공사와 협력업체들이 유치권을 행사한다. 방치 기간이 길수록 추가 공사 비용을 가늠할 수 없어 낙찰률(감정가 대비 낙찰가)도 떨어진다. 대표적으로 경기 이천시 장호읍 유한임대아파트(930가구)가 있다. 이 단지는 2011년부터 5년간 12번의 유찰을 거친 끝에 13번째 경매에서 새 주인을 만났다. 낙찰가는 최초 감정가 299억원의 18%인 53억원이었다. 공정률 65%였던 대전 대흥동의 복합쇼핑몰 메가시티도 마찬가지다. 이 건물은 시행사 부도로 2008년 공사가 중단됐고 2014년부터 20여 차례 공매 입찰을 진행했다.
지금은 초고층 고가 아파트의 대명사가 된 서울 성수동 트리마제는 지역주택조합의 대표 실패 사례로 꼽힌다. ‘성수1지역주택조합’이 2004년 두산중공업을 시공사로 해 사업을 진행했지만 분양가 상한제,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좌초됐다. 두산중공업이 정상화에 나섰지만 분담금, 분양가를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 끝에 조합이 부도났다. 결국 두산중공업이 자체 자금으로 사업을 인수하고 조합원들은 손을 털고 나갔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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