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은행들이 일제히 예·적금 금리를 올렸지만 정작 은행에 돈을 맡기는 소비자는 이를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대금리 차 확대로 사상 최대 이익을 낸 은행권이 생색내기용 수신금리 인상 카드를 꺼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전날까지 모두 예·적금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올렸다. 한국은행이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연 1.5%로 0.25%포인트 인상하자 내놓은 조치다. 금리 인상폭(0.4%포인트)은 한은 기준금리 인상폭(0.2%포인트)을 웃돈다.
하지만 은행 창구에선 인상된 예·적금 금리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기본금리는 최고 연 1.85%, 적금은 연 2.60% 수준이다. 은행들이 연 4~5% 수준의 고금리 혜택을 준다는 우대금리 상품은 월 납입 한도가 작거나 급여 이체 통장 변경, 카드 사용과 같은 조건이 붙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민은행이 연 최고 4.0%의 이자를 준다는 ‘KB쿠폰북적금 위드 요기요’는 기본 금리가 연 1.4%에 그친다.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과 모바일 앱 KB스타뱅킹 이체 등의 조건을 채워야만 연 4%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의 ‘신한 안녕, 반가워 적금’(연 4.4%)도 첫 거래 고객이어야 하고 급여 이체 통장 변경은 물론 신한카드를 만들어 결제계좌를 신한은행으로 지정해야 한다.
일반 고객은 가입하기 어려운 특수 상품만 금리를 올린 사례도 있다. 농협은행이 금리를 최대치(0.4%포인트)로 인상한 ‘자유로우대학생적금’은 미취학 아동과 초·중·고교생만 가입할 수 있다. 신한은행이 0.3%포인트 금리를 올린 상품 중에는 직업 군인이나 군무원만 가입 가능한 ‘군인행복적금’이 포함돼 있다.
은행권의 이 같은 보여주기식 수신금리 인상은 예대금리 차 공시제 도입을 공약한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몸 사리기에 나선 결과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큰 점도 은행권엔 부담이다. 22일 나란히 올 1분기 실적을 내놓는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개 금융지주의 합산 순이익 추정치는 4조754억원에 달한다. 1분기 기준 순익 합계치가 4조원을 넘어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달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는 앞으로도 오를 확률이 높은 만큼 은행권의 예대마진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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