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어 덕분에 고맙다는 말 들으며 일해요" [아랍인은 내 친구]

입력 2022-04-21 08:49   수정 2022-04-21 08:54

[한경잡앤조이=최예슬 하이메디 매니저] ‘특이한 외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홀린 듯 시작한 아랍어. 졸업 후에는 자발적 미취업자로 지내면서 전공을 제대로 살릴 회사를 물색했다. 사실 말이 자발적 미취업자지 아랍어 통역, 아랍어 강의 등을 하며 아랍어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아랍어 전공을 살릴 수 있는 회사는 없다고 보는 게 맞을 만큼 적다. 아랍어를 자주 사용할 수 있는 회사를 찾던 와중 ‘하이메디’라는 곳에서 아랍어 컨시어지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게 되었다. 아랍에서 온 환자를 상대하는 업무라 아랍어를 원 없이 사용하겠다는 생각에 큰 고민 없이 지원하게 되었다. 아랍어 실력이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대기업도 아니고 작은 스타트업이라 합격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면접에서 떨어졌고, 그 충격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내가 불합격이라니,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 충격 속에 빠져 있던 몇 달이 지나고, 하이메디에서 다시 면접을 보러 와달라고 연락이 왔다. 그렇게 어렵게 하이메디에 입사하게 되었다. 동료들에게 이야기해주면 많이 놀라겠지만, 나는 하이메디에 어렵게 입사했다.

고맙다니요, 제가 더 고맙습니다
나의 첫 회사 ‘하이메디’에 입사한지 5년이 흘렀다. 이렇게 한 회사를 오래 다니게 될 줄은 몰랐다. 하이메디에 입사하고 난 뒤 본격적인 업무는 혜화에 있는 서울대병원에서 시작했다. 서울대병원에서 상주하면서 한국에 치료를 받으러 오는 아랍 환자들에게 통역은 물론 차량 배차, 병원 진료와 관련된 일 등을 도와주면서 환자들이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었다.

입사하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사실인데, 산유국으로 알려진 중동의 GCC(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 등 6개국의 걸프협력회의) 국가는 의술 및 서비스가 낙후되어 큰 병에 걸리면 미국, 독일 등 의료 선진국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 경우 나라에서 수술비 전액을 지원해 준다. 우리나라의 의술은 미국, 독일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기 때문에 수술을 받기 위해 우리나라로 오는 중동 환자들이 많다.

내가 자발적 미취업자로 1년 반의 시간을 보냈던 이유는 딱 하나 ‘나와 관련 없는 회사를 다니면서 어떻게 보람을 느낄 수 있을까’에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군인은 나라를 위해 일을 한다는 ‘애국심’이, 의사나 간호사는 생명을 살린다는 ‘사명감’이 보람의 근간이 되어준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회사원은 어떻게 보람을 느끼면서 일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해왔다.

답을 찾지 못한 채 하이메디에 입사했지만, 입사 후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생각보다 큰 보람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저 멀리 타국에서 온 환자들을 만나 그들을 도우면서 큰 보람을 느낀다. 환자들이 진심 어린 눈빛과 함께 ‘고맙다’는 말을 할 때 내가 배운 것이 누군가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준다는 생각이 들어 참 뿌듯하다.

나의 첫 환자는…
서울대병원 담당으로 본격적인 업무를 하기 전, 한국에 거주 중인 환자들의 비자 연장을 도와주는 업무를 잠깐 했다. 그때 만난 나의 첫 아랍 환자는 교통사고로 턱뼈가 부러졌던 환자인데, 한국에서 재수술을 받았다. 환자 말로는 한국에서 재수술을 받기 전에는 턱뼈가 완전히 돌아가있었다고 하는데, 그 말을 듣기 전까지는 전혀 이상한 점을 못 느낄 만큼 수술이 잘 되어있는 상태였다. 환자가 정말 뿌듯해했고 그 말을 듣는 나는 ‘이것이 말로만 듣던 K-의료구나’라는 생각에 환자보다 더 뿌듯했다.

수술이 너무 잘 되어서 환자 가족이 서울의 유명 관광지 이곳저곳으로 놀러 가고 싶어 했고, 같이 핸드폰 지도를 보며 여행지를 추천해 주었는데 그 사소한 순간이 너무 재미있고 행복했다.

그 이후로 5년간 정말 많은 환자를 만났다. 나의 첫 환자처럼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함께 기뻐하기도 했고, 다시 생각해도 가슴이 쓰라리지만 안타깝게도 환자가 생명을 잃는 경우도 마주했다. 정말 어린 환자를 만나기도 했고, 내 또래의 환자를 만나 마음이 몇 달간 마음이 싱숭생숭하기도 했다. 수많은 환자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어떤 환자를 만나건 나는 그들의 삶에 선한 영향력을 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고 그들은 내 삶의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최예슬 씨는 우연히 시작한 아랍어에 빠져 아랍을 사랑하고, 사람 만나는 것과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다. 5년 전 외국인 환자 유치 스타트업 하이메디에 입사, 현재는 구독자 17만 명의 중동 전문 유튜브 ‘하이쿠리’를 기획, 촬영,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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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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