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 출연을 문의했으나 방송사 측으로부터 거절당했다고 21일 밝혔다.
탁 비서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당선인의 '유퀴즈' 출연은 문제가 없다. 비록 시청자들의 각기 다른 판단은 있을 수 있어도 그의 출연 자체는 제작진과 출연자들이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윤 당선자의 출연 여부와는 별개로 청와대를 상대로 한 CJ의 거짓말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탁 비서관에 따르면 지난해 4월과 그 이전, 청와대에서는 문 대통령과 청와대 이발사, 구두 수선사, 조경담당자들의 출연을 문의한 바 있다.
그는 "그때 제작진은 숙고 끝에 CJ 전략지원팀을 통해 ‘프로그램 성격과 맞지 않다’ 는 요지로 거절 의사를 밝혀왔고, 우리는 제작진의 의사를 존중해 더 이상 요청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프로그램 담당자와 통화한 기록이 있고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J가 (출연을)요청받은 바 없다고 언론에 거짓말을 한 것은, 그 거짓말 자체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제작진의 거절을 군말 없이 받아들인 것은 그 프로그램을 존중해서였다"며 "우리는 어떤 프로그램이 어떤 외압으로 인해 제작에 영향을 받는 것을 원치 않았고, 그러한 태도가 문화예술을 배려하는 가장 올바른 태도라고 믿어왔다"고 강조했다.
탁 비서관은 "지금도 윤 당선인의 출연이 오로지 제작진의 판단이었다고 믿고 싶다"며 "그때는 대통령과 청와대 사람들의 출연이 프로그램 성격과 맞지 않았다고 판단했고, 지금은 판단이 달라져서 윤 당선인의 출연이 결정되었다고 해도 좋다"고 했다.
아울러 "다만 바라는 것은 어떠한 외압도 없었길 바라며, 앞으로도 오로지 제작진의 판단만을 제작의 원칙으로 삼기를 바랄 뿐"이라며 "그것이 방송쟁이, 문화예술인들이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에도 '유퀴즈' 측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녹화분을 내보낸 가운데 이날 한 매체는 문재인 대통령이 출연을 요청했으나 제작진으로부터 거절당했다고 보도해 논란이 됐다.
탁 비서관이 글을 올리기 전 tvN 한 관계자는 한경닷컴과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출연을 제안했다는 보도는 오보"라며 "제작진에게 확인해 봤으나 그런 적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법적 대응을 강구하는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13일 2차 내각 인선을 발표한 뒤 '유퀴즈' 촬영장으로 이동해 비밀리에 2시간 동안 촬영을 마쳤다.
윤 당선인 녹화 소식이 전해진 후 '유퀴즈' 게시판은 항의 글 9000여 개로 뒤덮였다. '국민 호감'인 MC 유재석에 대한 실망감을 토로하는 글들도 있었으며 tvN, 티빙 등을 보이콧하겠다는 반응도 있었다.
2018년 8월 29일 첫 방송을 시작한 '유퀴즈'는 거리의 시민들을 인터뷰하는 취지로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초반 1% 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으며 120회 방송에선 자체 최고 시청률인 6.7%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집계에 따르면 전국 유료 플랫폼 가입 가구 기준 '유퀴즈' 시청률은 4.405%였다. '유퀴즈'는 4~5%가량의 시청률을 기록해 왔었으나 지난주 방송된 149회에서는 3.824%로 하락세를 기록했다. 윤 당선인이 출연한 150회는 전주 대비 0.581%가량 올랐을 뿐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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