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기에 대출 보유자들이 매달 내야하는 원리금 부담을 덜기 위해 은행권이 40년 만기의 최장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대출을 갚아야 할 기간이 길어지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줄어들어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총 상환 금액은 늘어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는 평가다.
하나은행은 21일부터 하나혼합금리모기지론과 하나변동금리모기지론, 하나아파트론, 하나원큐아파트론 등 4개 주담대 상품의 최장 대출기간을 기존 35년에서 40년으로 늘렸다. 하나은행에 앞서 부산은행이 지난 2월, 대구은행은 지난달 40년 주담대를 선보였다. 40년 주담대는 작년 적격대출과 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상품 중에서 처음 나타난 이후 올해 시중은행으로 확산되고 있다. 다른 대형은행들도 현재 40년 주담대 출시를 검토 중이다.
만기가 늘어나 연간 상환해야 할 원리금 액수가 적어지면, 모든 금융권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인 DSR이 감소해 대출 한도가 상향될 수 있다. 가령 연소득이 5000만원인 직장인 A씨가 규제지역 내 9억원짜리 아파트를 연 4.17%의 금리(원리금균등상환 방식)로 주담대를 받아 구매하려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현재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 규제를 적용시 A씨가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주담대 액수는 3억6000만원(9억원×0.4)이 된다.
그러나 30년 만기로 대출을 받을 경우 A씨는 LTV 한도를 다 채우지 못하고 3억4200만원만 빌릴 수 있다. DSR 40% 규제 때문이다. 3억4200만원을 빌렸을 때 A씨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1999만7470원이 된다. 이는 A씨 연봉(5000만원)의 39.99%다. 즉 DSR 40% 규제에 걸리고 만다.
물론 구체적인 금리 조건에 따라 A씨의 실제 대출한도와 DSR 결과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만기를 늘릴수록 실수요자들이 당장 돈을 빌릴 여력이 증가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언한 대로 LTV 규제가 70%까지 완화되면, 만기 40년과 30년의 대출한도 차이는 더 커진다.
그러나 상환 기간이 길어질수록 대출자가 부담해야 하는 총 이자액도 자연스레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당장 월 상환 부담을 줄이려다가 더 커진 이자 총액에 짓눌릴 수 있으므로, 대출을 받기 전에 만기 조건에 따른 유불리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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