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이 캄캄했다. 만 18세가 되면서 두 살 때부터 살던 보육원을 나와야 했다. 대학에 합격하고도 기쁘지 않았다.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두려웠다. 정민지 씨(18)는 지난 1월만 해도 이런 불안감에 힘든 나날을 보냈다.
그가 웃음을 찾은 것은 지난 2월 ‘삼성 희망디딤돌 광주센터’에 입소하면서다. 정씨는 “당분간 주거 걱정 없이 자립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며 “의료 사회복지사라는 꿈을 이루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삼성 희망디딤돌은 삼성전자,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주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운영하는 청소년 교육 CSR(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주거 공간과 교육 등을 제공한다.
아동양육시설·공동생활가정 등에서 지내는 청소년이 대상이다. 이들은 만 18세가 되면 시설 보호 종료로 자립을 해야 한다. 대부분 준비 없이 경제, 주거, 진로 문제 등을 한꺼번에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처지에 놓인 청소년은 해마다 2400여 명에 달한다.
자립 생활관은 자립 준비 청소년들이 최대 2년간 1인 1실로 거주할 수 있다. 자립 체험관은 보호 종료를 앞둔 만 15~18세 청소년이 며칠 거주하며 자립 생활을 체험해보도록 만든 곳이다. 자립 생활관, 체험관 모두 각종 가전제품, 주방용품, PC, 가구 등을 비치했다. 센터 관계자는 ”청소년 자립 시 가장 지출 부담이 많은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맞춤형 자립 교육도 실시한다. 요리, 청소부터 금융 지식, 자산 관리, 임대차 계약 등 기초 경제 교육을 제공한다. 진로에 도움이 되도록 면접, 기초 기술교육도 마련했다.
삼성 희망디딤돌은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면서 기부한 250억원으로 2016년 시작됐다. 2019년 회사 지원금 250억원을 추가해 사업 지역을 확대했다. 현재 부산·대구·강원·광주·경남·충남·전북·경기센터 등 8개 센터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까지 총 1만515명이 센터를 이용했다.
박학규 삼성전자 사장은 “자립 준비 청소년들이 희망디딤돌을 발판 삼아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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