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사복노조)이 20일 집회를 열고 사회복무요원 제도의 폐지를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와 병무청에 대한 항의를 표시하기 위해 병무청의 공식 마스코트인 굳건이를 불태우는 ‘굳건이 화형식’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예전엔 방위, 공익근무요원 등으로 불린 사회복무요원은 신체·정신적으로 현역 군인으로 복무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일정기간 다양한 정부 기관 등에 종사하도록 하는 제도다.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앞에서 열린 이날 집회에서 10여 명의 사회복무요원들은 ‘21세기 노예제도 사회복무요원 폐지하라’, ‘국제노동기구(ILO) 강제노동 금지협약 이행하라’ 등의 플랜카드를 들고 현행 사회복무제도를 규탄했다. 전순표 사복노조 대표는 “사회복무요원 제도는 장애인 징용이나 다름없다”며 “ILO 협약상 강제노동 금지를 준수하라”고 말했다.
ILO는 과거 우리나라의 사회복무요원 제도에 대해 ‘강제노동’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ILO 협약 제29호 발효를 앞두고 정부는 “ILO는 비군사적 복무라 하더라도 개인에게 ‘선택권’이 주어지면 협약 위반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며 지난해 4월 병역법을 개정해 사회복무요원도 선택에 따라 현역병으로 입대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현역병으로 입대할 수 있음에도 사회복무요원을 선택했으니 강제노동이 아니라는 논리다.
그러나 노동조합 측은 국방의무를 하기 어려운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근로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 사회복무요원은 “무릎 양쪽에 연골이 없어 신체활동이 어려운데도 하루 8시간씩 주 5일 서류를 나르고 잡일을 처리한다”며 “치료는커녕 오히려 건강이 악화됐다”고 하소연했다.
2020년 기준 병역판정검사에서 복무대상 판정(1~4급)을 받은 사람은 전체 수검자의 94.9%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군 복무에 부적합한 사람들까지도 현역과 보충역으로 복무하는 것이다.
'요양원 근무가 국방의 의무냐'는 하소연도 나왔다. 실제 사회복무요원들은 동 행정센터 뿐만아니라 요양원, 장애인복지시설 등 사회복지기관에서도 근무한다. 한 사회복무요원은 “요양원에서 치매에 걸린 어르신들 수발을 들고 있다”며 “전문 자격증도 없는 내가 국방과는 하등의 관계도 없는 이곳에서 시급 2000원을 받고 왜 이 일을 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사회복무요원 제도가 폐지될 경우 현실적으로 비용 문제가 클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의 한 장애인복지시설 관계자는 “인력 부족으로 돌봄 공백이 필연적으로 발생할텐데, 외부 인력을 고용하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사실 현장에서는 사회복무요원들과의 갈등을 중재하는 것도 어렵다”며 “먼저 복무 자체를 성실히 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사회복무요원의 집회는 이날이 처음이다.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가 사회복무요원의 정치행위를 금지한 병역법 제33조 제2항 제2호에 대해 일부위헌결정을 내리면서 이번 집회가 열릴 수 있었다. 사복노조는 현재 사회복무요원은 병역법을 적용받는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로부터 설립 신고가 반려된 상태다. 전 대표는 "우선 헌법상 결사체로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 정식 노동조합으로 인정받기 위해 변호사 단체와 손잡고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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