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빗은 지난 20일부터 거래액의 0.15%를 부과한 기존 수수료율 체계를 바꿔 ‘메이커 주문’ 방식으로 암호화폐를 매매한 투자자에게 거래액의 0.05%를 지급하고 있다. 메이커 주문은 미리 원하는 가격에 매수·매도 주문을 걸어놓는 거래 방식으로 시장가 외 지정가 주문, 조건부 주문 등이 해당한다. 수수료 무료화에서 한발 더 나아가 투자자들에게 0.05%의 수수료를 주기로 한 것이다. 메이커 주문이 체결되면 즉시 포인트로 적립되기 때문에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다.
코빗은 반대로 ‘즉시 체결’ 방식에 대해선 수수료율을 0.15%에서 0.20%로 인상했다. 코빗 관계자는 “자칫 단타 위주로 흐르는 즉시 체결 방식 대신 본인이 정한 가격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규 원화마켓을 갖춘 거래소들이 진입을 앞두고 있다”며 “독과점 지위를 누리고 있는 대형 거래소 틈에서 중소형 거래소가 투자자를 끌어오려는 노력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21일 고팍스가 원화마켓을 운영하기 위한 가상자산사업자 변경 신고를 마쳤다. 오는 28일부터 다섯 번째 원화마켓거래소로서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빗썸은 수수료율이 최대 0.25%, 코인원은 0.2%에 이른다. 빗썸은 쿠폰을 구입해 수수료율을 낮출 수 있지만 최소 0.04%로 증권사보다 높은 편이다. 코인원은 월 거래액이 30억원 이상이어야 수수료 무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거래소인 바이낸스의 수수료(최대 0.1%)보다도 비싸다. 반면 24시간 거래가 가능하고 오프라인 지점이 없다는 점에서 영업 비용은 적게 드는 구조다.
코빗을 제외한 3개 거래소는 지난해 합산 4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는 작년 3조7045억원의 매출을 냈는데, 이 중 수수료로만 전체 매출의 99.5%에 해당하는 3조6850억원을 벌어들였다. 3조2747억원의 영업이익도 대부분 매매 수수료에서 나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매매 수수료로만 증권업계 1위인 한국투자증권(1조4474억원)을 2배 이상 앞지른 셈이다. 빗썸의 경우 1조99억원의 매출 전액을 매매 수수료로 벌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율 인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돼야 수수료로만 이익을 내는 관행에서 벗어나고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혜택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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