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수완박' 폭주 제동, 박병석 의장에 달렸다

입력 2022-04-21 17:21   수정 2022-04-22 07:01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입법 속도 조절에 나섰다. 법안 처리를 위한 ‘위장 탈당’까지 동원하자 당내에서조차 “패가망신의 지름길”(이상민 의원) “묘수 아닌 꼼수”(박용진 의원) “국민 시선이 두렵다”(조응천 의원) “민주 능멸”(김병욱 의원) 등 비판이 터져 나오고, 박병석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를 주장하자 입법 강행을 위해 활용하려던 법사위 안건조정위 구성을 일단 보류하고 야당과 협상에 나섰다. 그러나 여의치 않으면 원안대로 강행 처리할 방침이어서 여야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무엇이 두려워 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 퇴임 전 법안 처리 강박증을 보이는지는 양향자 무소속 의원의 발언에서 정확히 읽을 수 있다. 민주당 인사들이 양 의원을 법사위원으로 보임하면서 “검수완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 갈 수 있다. 검수완박 안 하면 죽는다”고 실토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권 방탄법’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실제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과 관련, 청와대 전·현직 참모들이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이 양 의원에게 복당을 미끼로 돌격대 역할 제의까지 한 것은 웬만한 막장 드라마를 방불하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의회민주주의 중심축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박병석 국회의장이다. 문 대통령이 특유의 ‘유체이탈’식 화법으로 뒤로 빠진 마당이어서 그의 어깨가 더 무겁다. 그가 민주당 소속 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기고 미국·캐나다 순방에 나서려다가 보류한 것도 막중한 역할을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회법이 국회의장에게 당적을 갖지 못하도록 한 것은 특정 정당에 편향되지 말고 오로지 국민을 위한 국회를 운영하라는 뜻이다. 박 의장이 지난해 8월 여야에 합의를 촉구하며 언론징벌법 상정을 거부한 것도 이런 국회법 정신을 존중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로 인해 그는 민주당 초선의원에게 ‘GSGG’라는 욕설까지 들어야 했다. 진정한 의회민주주의를 위한다면 이번에도 그 결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가 검수완박법 처리를 위한 민주당의 잇따른 사보임(辭補任) 요청을 수용한 것은 우려스럽다. 박 의장이 졸속·부실·위헌성에 처리 절차까지 온갖 꼼수와 무리수로 점철된 검수완박법 통과에 동조한다면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불명예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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