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두려워 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 퇴임 전 법안 처리 강박증을 보이는지는 양향자 무소속 의원의 발언에서 정확히 읽을 수 있다. 민주당 인사들이 양 의원을 법사위원으로 보임하면서 “검수완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 갈 수 있다. 검수완박 안 하면 죽는다”고 실토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권 방탄법’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실제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과 관련, 청와대 전·현직 참모들이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이 양 의원에게 복당을 미끼로 돌격대 역할 제의까지 한 것은 웬만한 막장 드라마를 방불하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의회민주주의 중심축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박병석 국회의장이다. 문 대통령이 특유의 ‘유체이탈’식 화법으로 뒤로 빠진 마당이어서 그의 어깨가 더 무겁다. 그가 민주당 소속 부의장에게 사회권을 넘기고 미국·캐나다 순방에 나서려다가 보류한 것도 막중한 역할을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회법이 국회의장에게 당적을 갖지 못하도록 한 것은 특정 정당에 편향되지 말고 오로지 국민을 위한 국회를 운영하라는 뜻이다. 박 의장이 지난해 8월 여야에 합의를 촉구하며 언론징벌법 상정을 거부한 것도 이런 국회법 정신을 존중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로 인해 그는 민주당 초선의원에게 ‘GSGG’라는 욕설까지 들어야 했다. 진정한 의회민주주의를 위한다면 이번에도 그 결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가 검수완박법 처리를 위한 민주당의 잇따른 사보임(辭補任) 요청을 수용한 것은 우려스럽다. 박 의장이 졸속·부실·위헌성에 처리 절차까지 온갖 꼼수와 무리수로 점철된 검수완박법 통과에 동조한다면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불명예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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