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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보호에 관한 내용을 담은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이 발효(4월 20일)됐다. 데이터를 이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법 개정으로 데이터 보호의 길이 열렸다고 평가하고 있다. 개정법은 ‘데이터’에 대해 ‘업(業)으로써 특정인 또는 특정 다수에게 제공되는 것’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거래·유통을 위한 데이터’만을 보호 대상으로 했다. 보호 대상이 되는 데이터를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특정 다수’에게 제공되는 데이터로 제한한 것이다. 데이터 유통의 활성화를 꾀하되 규제 대상은 최소화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개인 생활과 관련된 데이터의 수집·가공으로 상업적 활용을 넓힌 것에 불안해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개인정보의 악용과 유출에 대한 소비자의 민감도는 그만큼 높다. 데이터 거래와 보호를 함께 도모한다는 법, 타당한가.
개정된 법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들인 투자와 노력에 누군가 무임승차하려는 행위를 제재하게 된다. 이 또한 데이터 보호책이다. 예를 들면 개정법은 데이터의 ‘부정 사용 행위’를 구체화했다. ‘접근 권한이 없는 자가 절취·사기·부정 접속 등 부정한 수단으로 데이터를 취득·사용·공개하는 행위’와 ‘데이터에 정당한 접근 권한을 확보한 자라도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데이터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취득한 데이터를 사용·공개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 것이다. 부정 취득이나 정당 권리자의 부정행위에 대해 알면서 데이터를 취득하거나, 그렇게 취득한 데이터를 사용·공개하는 행위도 부정 사용이 될 수 있다. 나아가 기업은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기술적 보호 조치를 적용할 수 있게 했다. 이런 것들은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빅데이터산업이 발전하는 데 위험 요소를 없애려는 것이다. 정당한 권한 없이 고의로 데이터를 훼손하기 위한 방법이나 관련 장치 등을 제공하는 행위 등을 해서도 안 된다. 아울러 데이터 부정 사용 행위로 피해를 본 사업자는 그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법 개정으로 빅데이터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SNS, 이메일, 동영상, 사진 등 ‘비정형 데이터’(체계적으로 배열되지 않은 데이터)에 대한 기존 법의 사각지대를 없앤 셈이다. 경제 발전과 미래 성장을 견인할 한국의 데이터산업이 도약하는 데 도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무한정 쌓여가는 각종 데이터의 기형적 남용, 부당한 가공, 불법 유출에 대한 경각심은 조금도 늦출 수 없다. 구글 같은 곳은 이미 가공할 정보 집중으로 인해 ‘구글 신’이라는 경계감이 생기지 않았나. 금융거래와 신용카드 사용 정보 정도로도 한 개인의 생활이 모두 노출될 수 있는 시대에 들어섰다. 여기에 국세청의 세금 정보, 고속도로 등 유료도로에서 사용한 하이패스 정보, 건강보험의 개인 진료 및 치료 정보 등을 합치면 어떻게 되겠나. 현대의 개인들 본인보다 ‘관찰자’가 특정인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물론 이 법은 데이터의 활용도를 높이면서 유통과 거래에서의 보호 방안을 구체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그 점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법안에 보호 조치가 있다고 해도 유통을 활성화하고 부추기면서 부지불식간에 판옵티콘의 사회로 가는 데 가속도를 붙일 것이다. 우리가 걱정하는 ‘빅브러더’ 사회가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게 아니라, 이런 과정을 통해 ‘결과적으로’ 형성돼버린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이 법은 데이터에 대한 합법적 소유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런다고 기업이 숱한 노력과 투자로 만든 데이터를 선뜻 내놓을까.
데이터의 부정 사용에 대한 정부 개입을 용인하면서 ‘행정조사’ 등의 권리를 부여한 것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부정 사용이란 어떤 행위를 말하며, 그에 대한 판단은 누가 정확하게 할 수 있을까. 어떤 경우든 정부에 감독 권한을 과도하게 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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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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