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전쟁으로 입은 물리적 피해액이 약 600억달러(약 74조 2000억원)에 이를 거란 의견이 제기됐다. 세계은행(WB)이 우크라이나에서 파괴된 건물, 기간 시설 등의 물리적 자산 가치만 집계한 수치다.
21일(현지시간)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사진)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와 춘계 총회에서 우크라이나 고정자산 피해액이 74조원에 달할 거라 밝혔다. 맬패스 총재는 “현존하는 물리적 자산 피해만 감안해서 계산된 수치다”라며 “전쟁이 계속될수록 경제적 피해액이 증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전쟁이 이어지고 있어서 비용은 불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겪으며 경제적 비용이 증대됐다고 역설했다. 맬패스 총재는 앞서 제시한 우크라이나의 피해 규모 추정치와 관련해 간접적인 경제적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입은 경제적 손실을 복구하려면 매달 70억 달러(약 8조 7000억원)가 든다고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든 피해를 재건하려면 수천억 달러가 투입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크라이나가 입은 경제적 타격이 심각하다는 주장이 재차 제기됐다. 이날 회의에 직접 참석한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는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의 국내총생산(GDP)가 반토막났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전 이후 지금까지 직·간접적 손실액은 5600억달러(약 695조원)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WB에 따르면 2020년 우크라이나 GDP인 1555억달러(약 193조원)의 세 배가 넘는 수치다.
슈미갈 총리는 “우리가 이 전쟁을 함께 중단시키지 않는다면 손실은 급격하게 불어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세계 2차대전이 끝난 뒤 시행된 ‘마셜 플랜’과 비슷한 재건 계획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마셜 플랜은 1950년대 종전 후 미국이 유럽의 재건을 위해 서유럽 국가 16개국에 도입한 대외원조계획이다. 4년 동안 약 2000억달러(243조원) 상당의 경제지원책을 시행했다.
회의에선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옐런 장관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복구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 제재를 통해 압류한 자산을 우크라이나 재건에 쓰는 방안에 대해선 “국제적으로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국제 파트너들과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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