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난기류'…美, 경쟁침해 심사 강화

입력 2022-04-22 17:50   수정 2022-04-23 02:03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심사 중인 미국 법무부가 심의 수준을 ‘간편’에서 ‘심화’로 높인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미 법무부의 합병 심의 수준은 ‘간편 심사’와 ‘심화 심사’로 나뉘는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이 성사되면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크다고 보고 ‘심화 심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 법무부가 두 회사의 합병에 까다로운 승인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1, 2위 항공사의 합병 작업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美 법무부 심사 깐깐해진다

정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심사 수준 격상에 따라 대한항공 측에 독점 여부 판단과 경쟁 제한 해소를 위해 더 구체적인 자료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운항하는 미주노선 13개 중 양사의 중복 노선은 샌프란시스코·호놀룰루·뉴욕·로스앤젤레스(LA)·시애틀 등 총 5개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 양사 합병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5개 노선 모두 독점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10년 유예기간을 두고 경쟁 제한 우려가 있는 26개 국제노선과 8개 국내노선에서 신규 항공사의 진입을 허용하고, 통합 항공사의 일부 슬롯(시간당 항공기 운항 횟수)과 운수권을 반납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미국 2위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이 미국 경쟁당국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미주노선에서 미국 델타항공과 높은 수준의 ‘항공 동맹’을 맺고 있어서다. 유나이티드항공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으로 아시아나가 스타얼라이언스에서 빠질 경우 미주노선은 물론 중국과 동남아시아 경유 노선에서도 자사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이다.
딜레마 빠진 대한항공
현재 미국·유럽연합(EU)·중국·일본·영국·호주 등 6개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 심사를 하고 있다. 이번에 미국 경쟁당국이 심사 수위를 높이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기업결합 심사가 해를 넘겨 장기전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강력한 합병 승인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공정위는 외국 경쟁당국의 심사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반영해 기존 시정조치를 수정·보완할 방침이다.

이 경우 대한항공이 합병 승인 조건을 수용할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자사의 슬롯이 아시아나보다 더 유리한 시간대를 점유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슬롯 포기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나의 슬롯을 포기시킬 경우 인력 구조조정과 항공기 매각 등이 필요한데 적지 않은 반발이 예상돼 이 또한 쉽지 않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과거에 비해 안정기에 접어든 점도 변수다. 2018년부터 조 회장 경영권에 도전장을 냈던 강성부 펀드(KCGI)가 최근 호반건설에 지분을 매각하고 경쟁에서 손을 뗐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은 산업은행이 조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참여하는 것을 조건으로 2020년 12월 아시아나 인수를 추진했다. 구조조정업계 관계자는 “까다로워진 외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고려할 때 대한항공의 통 큰 양보가 없으면 양사 통합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양사 통합 과정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후속 대책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지훈/남정민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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