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실질 배출량을 '제로(0)'로 줄여 탈석탄사회를 실현하려면 2030년부터 연간 17조엔(약 165조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4일 열린 '클린 에너지 전략 심의회'에서 2030년부터 정부와 기업의 연간 투자규모가 적어도 17조엔 이상이어야 2050년 탈석탄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5조~6조엔 규모인 현재 탈석탄화 투자 규모의 3배에 달하는 액수다.
항목별로는 전력 수단과 연료를 친환경으로 전환하는데 5조엔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상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하는데 2조엔, 차세대 연료인 수소와 암모니아의 제조·운반 설비를 마련하는데 3000억엔이 들 것으로 예상됐다.
친환경 인프라를 새로 까는데도 4조엔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생산거점 유치 등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디지털 전략에 3조엔의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해상풍력발전이 집중적으로 설치되는 홋카이도와 규슈에서 생산한 전기를 도쿄와 오사카 등의 대도시 지역으로 보낼 수 있도록 송전선을 보강하는데도 5000억엔이 들 것으로 집계됐다.
에너지 절감형 주택(1조8000억엔)과 친환경차 구입비용 지원(1조8000억엔) 등 친환경 제품의 보급에도 4조엔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30년 신차(승용차 기준)의 50~70%가 전기차일 것으로 가정한 액수다.
수소와 암모니아는 기업이 정부 지원 없이 선뜻 거액을 투자하기 어려운 사업으로 꼽혔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철강업계와 항공·해운업계를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지만 해외에서 생산해 일본으로 운송하는 공급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소와 암모니아의 생산·운송 인프라를 갖추는데는 30년간 총 2조2500억엔의 투자가 필요할 전망이다.
하지만 2030년에도 수소와 암모니아의 생산 비용은 천연가스나 석탄을 웃돌 전망이어서 자칫 거액을 쏟아부어 공급망을 만들고도 이익을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경제산업성은 위험도가 높은 초기 단계에 관련 투자를 결정하는 기업에 대해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때까지 폭넓게 지원하는 제도를 검토하기로 했다.
미국은 작년 11월 1조달러(약 1244조원) 이상을 탈석탄화에 투자하는 인프라 투자법을 마련했다. 전력망을 정비하는데만 650억달러를 투입한다. 2020년 유럽연합(EU)은 앞으로 10년간 민관이 힘을 합쳐 1조유로(약 1345조원)가 넘는 자금을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보조금 지원 등 탈석탄화에 투자하기로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이 제조업을 중심으로 에너지의 구조전환을 서두르지 않으면 국제경쟁력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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