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업계 ‘빅3’인 KCC와 노루페인트, 삼화페인트가 친환경 페인트 전쟁을 시작했다. 옥수수기름 등의 식물성 원료를 미생물과 효소로 처리해 석유화학 성분을 대체한 ‘바이오 도료’를 새로운 먹거리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바이오 도료는 석유화학 기반 페인트 제품보다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최대 50%가량 적다. 제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도 절반 이하다.
바이오 도료를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주원료인 식물성 원료는 쉽게 분해돼 내구성이 떨어질 수 있다. 쉽게 발리면서 사용자가 원하는 색감과 광택을 내야 한다는 것도 페인트 회사에 주어진 과제였다.
페인트 회사는 다양한 ‘조합’으로 난관을 극복했다. 옥수수, 아마씨, 콩, 코코넛 등 30여 종류가 넘는 식물성 원료를 섞었다. 콘크리트, 목재, 철근 등 다양한 소재에 바른 뒤 비와 바람, 직사광선과 같은 다양한 외부 환경에서 견디는 실험도 2년 이상 거듭했다.
석유화학 제품을 식물성 원료로 대체하는 기술은 ‘화이트 바이오’라고 불린다. 페인트업계에서는 화이트 바이오 시장이 2019년 281조원에서 2028년 650조원으로 매년 10.1% 이상씩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 도료 시장을 특정한 구체적인 데이터는 아직 없지만,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트렌드를 고려했을 때 고객사 수요가 급격하게 커질 것이라고 보고 제품 개발을 서둘렀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바이오 도료는 기존 석유화학 성분에 기반한 페인트보다 비싸다. 기존 건축용 페인트 한 통(18L) 가격은 10만원 선이지만 바이오 도료는 15만~17만원을 받아야 수지 타산이 맞는다. 최근 건축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건설사가 건축자재 단가 인상을 최소화하려 하는 상황에서 바이오 도료를 선뜻 선택하겠냐는 지적이다.
페인트업계는 바이오 도료 시장의 성패가 ‘가성비’에서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발 빠르게 대량 생산체계에 들어가 ‘규모의 경제’를 갖추는 업체가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 페인트업체 관계자는 “바이오 도료 시장의 승자는 건설사의 눈높이에 맞는 수준까지 가격을 낮추는 데 성공한 기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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