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아이는 자신의 생활에 필요한 돈을 ‘용돈’이라는 이름으로 받는다. ‘용돈’은 보호자가 아이들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지급하는 것으로 보통 아무런 대가 없이 아이들에게 준다. 정해진 기간마다 용돈을 주거나 아이가 필요할 때 그때그때 주는 등 가정마다 용돈을 주는 방법은 다양하다. 하지만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주는 돈은 말 그대로 그냥 주는 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일종의 불로소득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돈을 ‘그냥’ 받는 아이들은 돈의 가치를 어떻게 생각할까?
아이들이 느끼는 돈의 가치는 어른들이 느끼는 돈의 가치와 다르다. 직접 돈을 벌어 본 어른들에게 5만원은 몇 시간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지만 아이들에게 5만원은 때가 되면 그냥 받는 돈 혹은 명절에 세배 한 번 하면 받는 돈일 수 있다. 어른들에게 5만원은 귀한 돈이지만 아이들에게 5만원은 투정 한 번 부리거나 떼를 쓰면 받는 돈일 수 있다.
이렇게 쉽게 번 돈은 쉽게 쓸 수밖에 없다. 사실상 아이들은 돈을 벌기 위한 노력을 거의 하지 않고 있기에 자신의 손에 쥐어진 돈의 가치도 가볍게 느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렇게 가벼운 가치를 가지는 돈은 가볍게 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이들이 돈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직접 돈을 벌어보게 해야 한다. 직접 돈을 벌어본 사람이라면 이 돈이 얼마만큼의 노력이 필요한 것인지를 알 수 있기에 돈의 가치를 훨씬 무겁게 느낀다. 고등학생 정도라면 직접 아르바이트를 해보며 돈을 벌어볼 수도 있을 것이고 아르바이트하기 힘든 아이들이라면 가정에서 자기 일을 정해 도맡아 하고 ‘용돈’을 받도록 할 수 있다.
단, 이때 심부름 한 번에 500원, 설거지 한 번에 1000원과 같이 집안일 하나하나 금액을 정해 놓고 집안일을 할 때마다 돈을 주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자칫 아이들이 함께해야 하는 가정일을 돈으로만 환산해 바라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신 아이들이 집에서 맡을 수 있는 ‘직업’을 하나 정해두고 그 일을 정해진 기간에 수행했을 경우 정해진 돈을 받도록 하는 것이 좋다. 아침마다 가족들에게 커피를 내려주는 바리스타, 우리 집에 흐르는 음악을 담당하는 DJ 등 아이들이 집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직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필자의 교실에서 아이들은 각자 직업을 갖고 정해진 일을 한다. 그리고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직업에 따라 월급을 받고 있다. 교실에서만 쓸 수 있는 미소라는 이름의 학급 화폐로 받는 돈이지만 아이들은 자신이 직접 일하고 돈을 벌어 봄으로써 돈의 가치에 대해 새롭게 느낀다. “부모님이 왜 그렇게 월급날을 기다리는 줄 알겠다” “돈을 버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와 같은 말들을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어릴 적 “땅을 파봐라, 100원짜리 하나라도 나오나”라는 어른들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릴 적에는 그저 돈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절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미로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돈을 벌고 있는 지금 이 말은 ‘그만큼 돈 버는 것이 힘들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안다. 이 의미를 아이들이 느낄 수 있도록 아이들이 직접 돈을 벌어보도록 해야 한다. 직접 돈을 벌어보며 돈의 가치를 제대로 느끼도록 해야 아이들에게 올바른 용돈 교육, 경제 교육을 할 수 있다.
옥효진 부산 송수초 교사 《세금내는 아이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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