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효진의 세금 내는 아이들] 아이들이 직접 돈을 벌어보게 하자!

입력 2022-04-24 17:56   수정 2022-04-25 00:06

사람이 삶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돈’이다. 인간 생활의 기본요소라고 불리는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하다. 이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성인들은 스스로 생활에 필요한 돈을 마련한다. 이를 위해 직업을 갖고 일해 월급을 받거나 사장님이 되어 가게를 운영한다. 그런데 아이들은 삶에서 꼭 필요한 ‘돈’을 어떻게 마련하고 있을까?

대부분의 아이는 자신의 생활에 필요한 돈을 ‘용돈’이라는 이름으로 받는다. ‘용돈’은 보호자가 아이들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지급하는 것으로 보통 아무런 대가 없이 아이들에게 준다. 정해진 기간마다 용돈을 주거나 아이가 필요할 때 그때그때 주는 등 가정마다 용돈을 주는 방법은 다양하다. 하지만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주는 돈은 말 그대로 그냥 주는 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일종의 불로소득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돈을 ‘그냥’ 받는 아이들은 돈의 가치를 어떻게 생각할까?

아이들이 느끼는 돈의 가치는 어른들이 느끼는 돈의 가치와 다르다. 직접 돈을 벌어 본 어른들에게 5만원은 몇 시간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지만 아이들에게 5만원은 때가 되면 그냥 받는 돈 혹은 명절에 세배 한 번 하면 받는 돈일 수 있다. 어른들에게 5만원은 귀한 돈이지만 아이들에게 5만원은 투정 한 번 부리거나 떼를 쓰면 받는 돈일 수 있다.

이렇게 쉽게 번 돈은 쉽게 쓸 수밖에 없다. 사실상 아이들은 돈을 벌기 위한 노력을 거의 하지 않고 있기에 자신의 손에 쥐어진 돈의 가치도 가볍게 느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렇게 가벼운 가치를 가지는 돈은 가볍게 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이들이 돈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직접 돈을 벌어보게 해야 한다. 직접 돈을 벌어본 사람이라면 이 돈이 얼마만큼의 노력이 필요한 것인지를 알 수 있기에 돈의 가치를 훨씬 무겁게 느낀다. 고등학생 정도라면 직접 아르바이트를 해보며 돈을 벌어볼 수도 있을 것이고 아르바이트하기 힘든 아이들이라면 가정에서 자기 일을 정해 도맡아 하고 ‘용돈’을 받도록 할 수 있다.

단, 이때 심부름 한 번에 500원, 설거지 한 번에 1000원과 같이 집안일 하나하나 금액을 정해 놓고 집안일을 할 때마다 돈을 주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자칫 아이들이 함께해야 하는 가정일을 돈으로만 환산해 바라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신 아이들이 집에서 맡을 수 있는 ‘직업’을 하나 정해두고 그 일을 정해진 기간에 수행했을 경우 정해진 돈을 받도록 하는 것이 좋다. 아침마다 가족들에게 커피를 내려주는 바리스타, 우리 집에 흐르는 음악을 담당하는 DJ 등 아이들이 집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직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필자의 교실에서 아이들은 각자 직업을 갖고 정해진 일을 한다. 그리고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직업에 따라 월급을 받고 있다. 교실에서만 쓸 수 있는 미소라는 이름의 학급 화폐로 받는 돈이지만 아이들은 자신이 직접 일하고 돈을 벌어 봄으로써 돈의 가치에 대해 새롭게 느낀다. “부모님이 왜 그렇게 월급날을 기다리는 줄 알겠다” “돈을 버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와 같은 말들을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어릴 적 “땅을 파봐라, 100원짜리 하나라도 나오나”라는 어른들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릴 적에는 그저 돈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절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미로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돈을 벌고 있는 지금 이 말은 ‘그만큼 돈 버는 것이 힘들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안다. 이 의미를 아이들이 느낄 수 있도록 아이들이 직접 돈을 벌어보도록 해야 한다. 직접 돈을 벌어보며 돈의 가치를 제대로 느끼도록 해야 아이들에게 올바른 용돈 교육, 경제 교육을 할 수 있다.

옥효진 부산 송수초 교사 《세금내는 아이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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