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관리 앱 ‘리멤버’를 운영하는 드라마앤컴퍼니는 최근 강남역과 역삼역 사이의 ‘포스코타워 역삼’ 건물 5~6층을 임차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공간에 입주하길 원한 20개 이상의 업체를 따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앤컴퍼니는 현재 삼성역 인근 사무실에서 오는 6월 옮겨올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직원이 늘어나면서 사무실을 확장해 이전하게 됐는데 개발자들이 선호하는 강남역 인근이 최우선 순위였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이 업무 공간으로 선호하는 공유 오피스도 전국에서 강남역 근처가 가장 많다. 10여 개가 몰려 있지만 빈 공간이 거의 없다.
스타트업 등이 몰리면서 강남 지역의 사무실 수요는 폭증하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 지역의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은 지난해 1분기 7.8%에서 4분기 6.6%로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광화문·명동·시청·종로 등 서울 도심의 공실률은 10.4%에서 10.8%로 올랐다.
부동산서비스 회사인 JLL코리아에 따르면 올 1분기 강남 지역의 대형(A grade) 오피스 빌딩 공실률은 1% 아래로 떨어졌다. 보통 자연 공실률을 5%로 본다는 것을 감안하면 강남권 대형 빌딩에 빈 사무실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일부 건물주는 임차인 면접도 본다. 최근 한 VC업체는 두 차례 면접을 봤지만 모두 떨어져 기존 사무 공간을 리모델링해 활용하기로 했다.
개발자들의 강남 선호는 판교테크노밸리와 관련이 있다. 정부는 ‘한국판 실리콘밸리’를 만든다며 2012년 성남 분당 지역에 판교테크노밸리를 조성했다. 카카오, 넥슨, 엔씨소프트, 안랩, 한글과컴퓨터 등 상당수 인터넷기업이 판교에 둥지를 틀었다. 앞서 네이버는 판교 인근 정자동에 사옥을 마련했다. IT업계 관계자는 “분당구가 개발자들의 중심 주거지가 됐다”고 설명했다.
판교역에서 강남역까지는 지하철로 15분 정도 걸린다. 자동차로 가면 30분 정도 소요된다. 직장인이 출퇴근하기 적당한 거리다. 분당구에 사는 개발자가 북쪽 근무지로 강남역 인근까지만 선호하는 이유다.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개발자들 사이에서 ‘강남역에서 도보 1분 거리는 OK, 3분 거리는 고민, 5분 거리는 거절’이라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개발자 구인난이 가중되면서 스타트업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 핀다는 좋은 인재를 추천한 직원에게 1000만원의 상여금을 지급하고 있다.
거액의 스톡옵션과 사이닝 보너스(입사 시 제공하는 일회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곳도 늘고 있다. 패션 커머스 스타트업 브랜디는 신규 경력직 개발자에게 스톡옵션 1억원과 사이닝 보너스 1억원을 제공한다. 명품 커머스 플랫폼 스타트업 머스트잇도 시니어급 경력직 개발자에게 사이닝 보너스 1억원 또는 스톡옵션 2억원을 지급한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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