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26일 08:3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기업이 외화채 발행을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러시아 국제 채무불이행(디폴트) 이슈가 확대되기 전에 발행을 마무리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25일 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BNK부산은행과 KB국민카드, 한국동서발전 등이 이번 주 외화채를 발행하기 위한 투자자 모집에 착수할 예정이다. BNK부산은행은 사회적 본드(Social Bond)로 구성된 유로본드(Reg. S)를 발행할 계획이다. KB국민카드는 달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으며 한국동서발전은 그린본드(green bond)로 글로벌 본드를 발행한다.
국내 기업의 외화채 발행은 통상 시차를 두고 등장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세 기업이 일제히 비슷한 시기에 나섰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135일 룰에 따라 5월 초까지 발행을 마무리하면 되지만 러시아 최종 부도 사태 등으로 시장이 더욱 악화할 수 있어서 그 이전에 발행을 마무리하려는 것”이라며 “최근 시장 금리도 급등세를 보이는 만큼 변동성이 더욱 커지기 전에 발행을 마무리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신용부도스와프 시장 감독기구는 러시아가 미국 정부의 통화 자산 제재로 달러 국채 보유자에게 이자를 루블화로 지급한 것은 계약 위반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에 러시아는 상환 유예기간이 끝나는 5월 4일까지 국채 보유자에게 달러화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 최종 디폴트 판정을 받게 될 예정이다.
러시아가 최종 디폴트 판정을 받게 되면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 역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이 경우 유럽을 중심으로 채권 시장 분위기가 더욱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기업이 발행 일정을 이후로 연기하기에도 여의찮다. 기획재정부로부터 다시 윈도우를 받아야 하는 데다 시장 내 투자자와 신뢰가 깨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시장 상황이 썩 좋지 않은 데도 울며 겨자먹기로 발행 절착에 착수한 이유다.
25일 주요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며 각 발행사는 프라이싱에 나설 적기를 고심하고 있다. 비교적 우량한 신용등급과 ESG 채권 프리미엄을 내세워 투자 심리를 공략할 계획이지만 쉽지 않은 작업이 될 전망이다.
부산은행은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국제 신용등급 ‘A2’, ‘A-’등급을 부여받았다. KB국민카드는 무디스로부터 ‘A2’를 받았다. 한국동서발전의 국제 신용등급은 AA급이다. 무디스와 S&P, 피치로부터 각각 ‘A2’, ‘AA’, ‘AA-’로 평가됐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ESG 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가 눈에 띄게 확대됐다”며 “작년까지만 해도 ESG 채권으로 발행해도 조달금리에 별다른 이점이 없었지만 최근에는 20~30bp(1bp=0.01%포인트)가량의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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