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김소월·고두현…한시로 옮겨 다시 짓다

입력 2022-04-25 17:42   수정 2022-04-27 21:51

“현대시를 한시(漢詩)로 옮기는 건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어리석은 일이 아니냐고요? 한시는 동양 공용어입니다. 중국, 베트남, 일본 등에 한국의 아름다운 시들을 소개하는 길이 될 겁니다.”

강성위 작가(사진)는 최근 《한시로 만나는 한국 현대시》를 펴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책은 윤동주, 김소월, 고두현 시인 등의 시들을 한역한 한시 64편을 실었다. 약 3년간 한경닷컴에서 연재한 글들이다.

강 작가는 “영화를 하는 사람이 좋은 글을 보면 영화로 만들고 싶듯, 한시를 사랑하는 사람은 좋은 시를 보면 한시로 번역하기를 원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경북 안동에서 나고 자란 그는 서울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중국어문학연구소 책임연구원, 안동대 퇴계학연구소 책임연구원 등을 지냈다. ‘한시공방’이라는 이름의 한시 연구소를 열고 한시를 가르치고 있다.

강 작가는 “한역은 독자들이 시를 더 깊이 살펴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책은 한역 과정에서 느낀 소회도 담아냈다. 예컨대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한역할 때는 조사의 탁월함에 새삼 놀란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스물네자로 이뤄진 단출한 이 시의 매력은 조사 '도'에서 흐드러진다.

"시인은 원숙한 대가(大家)답게 단 하나의 조사로 독자의 마음을 송두리째 사로잡았다. 이 시에서의 '너'는 당연히 풀꽃이므로 조사 '도'로 추정하건대 또 다른 존재 역시 풀꽃과 닮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또 다른 존재'는 누구일 수도 있겠고, 무엇일 수도 있겠다. 시인이 시시콜콜하게 다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가 비록 짧아도 독자의 상상력에 의해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분명 시인이 의도한 시의 탄력성이다. 그러니 역자가 역자의 생각을 다 말하지 않는 것 역시 시인의 뜻에 공감하는 표현이 될 것이다."

이영주 서울대 중문과 명예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번역 대상으로 시인당 한 수씩 시를 선정한 덕분에 독자는 여러 시인의 대표작을 두루 읽는 행운을 누릴 수 있게 됐다”며 “인생사를 돌아보게 하는 뜻 깊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 작품 해설도 책을 읽는 즐거움을 오롯이 더해준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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