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규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25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겨냥해 “처음부터 잘못된 후보자 지명이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현직 청와대 비서관이 곧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 총리 인선에 대해 작심하고 쓴소리를 내뱉은 것이라 눈길을 끈다.
김 비서관은 이날 자신의 SNS에 올린 <공직자 출신이 로펌에 갔다가 다시 고위 공직자가 되는 것은 왜 나쁜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오늘부터 인사청문회가 이어질 예정”이라며 “로펌에서 변호사로 오래 일한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이른바 ‘회전문 인사’에 대해 한 마디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 비서관은 1974년생으로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41회)에 합격해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2018년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후 부대변인으로 활동했고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서울 강남병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지난해 6월 청와대 정무비서관으로 발탁됐다.
김 비서관은 “공직자 출신이 로펌에 갔다가 다시 고위 공직자가 된다면 무엇이 제일 문제일까”라고 물은 뒤 “실제로 로펌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로펌에서 일하는 전직 공무원들에 대해 “공직 생활로 쌓은 전문성을 토대로 내부적으로, 또 고객들에게 자문을 한다”며 “그 전문성에는 인적인 네트워크도 당연히 포함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 비서관은 “공무원들의 입장이 되어 보면, 예전에는 선배였고 상사였던 사람의 말을 그냥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며 “이 사람이 언젠가 다시 내 상사가 될 수도 있다면 그 공무원이 눈치보지 않고 소신껏 일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결국 해당 공무원들은 로펌에 간 퇴직 공무원들을 대할 때 ‘꺼진 불도 다시 보자’며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김 비서관 주장이다. 그는 “부당한 요구가 있더라도 쉽게 거절하기 어렵게 되며, 그런 요구가 없더라도 ‘알아서’ 잘 해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비서관은 “이런 식의 업무 처리나 그에 대한 우려는 결국 공무원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처음부터 잘못된 후보자 지명이었다. 후보자로서도 다시 공직의 기회를 기다렸다면 로펌에 가서는 안 됐고, 일단 로펌을 선택했다면 공직 복귀 제안을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글에서 김 비서관은 특정인의 성명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날 국회에서 인사청문회가 예정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마친 뒤 김앤장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5년간 19억원의 고액 보수를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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