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이동통신은 LTE보다 속도가 20배 빠른 정도가 아니라 ‘새로움’이 시작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2019년 1월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었던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같이 강조했다. 이로부터 3개월 뒤인 2019년 4월 4일 정부와 통신 3사가 힘을 합쳐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을 1시간 차이로 따돌리고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로부터 3년이 흘렀다. 5G 서비스 가입자가 20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양적 성장을 이뤄냈지만 정부와 통신사들이 주장한 ‘신세계’는 아직 체감할 수 없다. ‘LTE보다 20배 빠른’ 서비스는 허풍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지국을 세운 이유는 5G 주파수 이행 수준을 평가받기 위해서다. 통신 3사는 2018년 28㎓ 대역 주파수를 800메가헤르츠(㎒)씩 할당받았다. 대신 작년 말까지 28㎓ 기지국을 1만5000개씩 세워야 했다. 이달 말까지 의무 구축 수량의 10%(1500개)를 넘기지 못할 경우 평가에서 자동으로 탈락하고 주파수를 반납해야 한다.
문제는 28㎓ 주파수를 활용할 곳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와 통신사는 지난해 지하철에 28㎓ 대역을 활용한 와이파이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사용처를 만들었다. 정부는 통신 3사의 공동구축분 인정 요청도 받아들였다. 한 통신사가 기지국 1개를 세우면 다른 통신사들도 1개를 세운 것으로 인정해준다는 뜻이다.
와이파이를 위한 28㎓ 기지국은 생겼지만 실제로 쓰는 것은 연말에나 가능하다. 28㎓ 주파수를 받아들일 수 있는 공유기(AP)가 아직 나오지 않은 탓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이용자 입장에선 접속한 와이파이가 28㎓를 쓰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지하철에서 와이파이를 쓰는 사람이 거의 없어 민원도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용화 3년이 지났지만 28㎓ 서비스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직진성이 강한 28㎓ 특성상 전국망 설치가 힘들기 때문이다. 28㎓ 전국망 구축 비용은 3.5㎓ 대비 10배를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도 초고주파 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6㎓ 이하 대역으로 방향을 돌렸다.
28㎓ 대역에 대한 정부의 입장도 선회했다. 2020년 10월 최기영 당시 과기정통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28㎓ 대역은 기업 간 거래(B2B)나 특정 용도로만 사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더 빠르고 지연이 낮은 망이 있다면 그에 맞춰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메타버스, 디지털트윈 등 많은 데이터를 사용하는 서비스를 네트워크 상황에 따라 테스트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8㎓ 활성화를 위해 기업이 직접 망을 구축해 이용하는 특화망(이음5G)을 내놨지만 현재까지 신청한 기업은 네이버클라우드, LG CNS뿐이다.
‘20배 빠른 서비스’를 앞세워 모객에 열을 올렸던 통신사에도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5G 상용화 첫해였던 2019년 통신 3사의 설비투자 금액은 9조6100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엔 8조2100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통신 3사의 영업이익은 3조864억원에서 4조2401억원으로 늘어났다. 통신 3사의 영업이익이 4조원을 넘어선 것은 10년 만이다. 한 전문가는 “앞으로 28㎓의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며 “당초 의무 구축 수량을 지키도록 하는 동시에 업계에서 사용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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